영국 런던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인 인구 14만명 도시 프레스턴은 '작은 한국'이라 불린다.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카페에선 언제나 K팝이 흘러나오고, 한국 인기 드라마가 '떴다 하면' 학생들 사이 최고의 대화 주제가 된다.

'코리아 페스티벌'에 참가한 센트럴랭커셔대학 한국학과 학생들이 지역 아이들에게 '한글 쓰기'를 가르쳐주기 위해 만든 글자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지역 '한글 산파역'을 하는 주인공은 센트럴랭커셔 대학생들. 한국학이 인기를 끌고 한국 동아리가 활성화되면서 지역 내에서 한글을 빠르게 전파시키고 있다. 2013년 센트럴랭커셔 대학에 한국학과가 생길 당시만 해도 16명뿐이던 학생은 지난해 기준 1학년만 150여명이 된다. 6년 새 10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한국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데도, 한국학 학부생 숫자는 전 세계 통틀어 최다 수준으로 꼽힌다. 한글 인구가 늘면서 지난해엔 학내 한국학 연구소가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시험장으로 선정됐다. 런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들의 한국 사랑은 지역 신문에서 특집으로 다루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페스티벌에서 만난 센트럴랭커셔대 한국동아리 사무국장 출신인 한나(23)는 "K팝으로 접한 한국말이 물결치며 흐르듯 사랑스럽게 느껴져 한국학을 부전공으로 택했다"면서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쓸 줄 알아야 더 세련돼 보이고 학생들 사이에서 '주류'로 꼽힌다"고 말했다. 런던 출신인 재이(22)는 "한국 동아리 주최로 3년째 이어오는 'K클럽' 파티가 연간 서너 차례 열리면서 맨체스터를 비롯해 인근 지역 학생까지 끌어모으며 프레스턴을 영국 내 한류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있다"면서 "한국어로 말을 거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그녀는 "한국서 영어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 테솔(TESOL) 과정도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 임소진 교수는 "한국 대학과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한국에서 유학한 학생들의 한국 문화와 정치 외교에 대한 이해 수준이 상당히 깊다"며 "센트럴랭커셔 대학 내 한국어 및 한국학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영국 대학 사회에서 한국학이 확산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