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중국발 전염병' 왜 많은가

조선일보
입력 2020.01.24 03:12

깔끔하게 포장된 육류·생선을 파는 서구식 대형 마트가 중국에선 이상하리만치 인기가 없다. "오래된 걸 눈속임한 건지 어떻게 아느냐"는 것이다. 아직도 중년 이상 중국인에게 신선한 고기란 '산 것'이어야 한다. 도시 외곽 재래시장만 가도 눈을 뜬 닭·오리는 기본이고 산 뱀·개구리도 손님을 기다린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더 다양해진다. 홍콩과 접한 광둥성은 "책상 빼고 다리 네 개짜리, 비행기 빼고 다리 두 개짜리는 다 먹는다"는 곳이다. 별 희한한 동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장면이 TV 오락 프로에 자주 등장한다.

▶광둥에선 닭치는 아파트 베란다가 드문 풍경이 아닌 것 같다. 박쥐·오소리 같은 야생동물은 한약재로 쓰인다. 이런 생활 문화인데 겨울에도 20도를 웃돌고 비마저 잦다. 인구는 1억이 넘는다. 사람과 동물이 엉키고 고온·다습한 데다 인구 밀도까지 높은 것이다. 동물 바이러스가 사람으로 전파되고 다시 사람끼리 번지는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이 발생하기 좋다. 1968년 세계적으로 75만명이 사망한 홍콩 독감, 2003년 774명이 희생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0년대 조류인플루엔자가 광둥 일대에서 발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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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중국 질병관리본부장이 "이번 '우한 폐렴'은 한 수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말이 수산물 시장이지 고슴도치·낙타·대나무쥐·여우·악어도 판다. 양쯔강 중류의 우한도 광둥처럼 습하고 따뜻하다. 인구가 1100만쯤 된다. 주민들은 "박쥐를 약재로 안다"고 한다. 사스 바이러스도 박쥐에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1910년대 동북 지역에 창궐한 페스트는 '마못'이라는 큰 설치류를 사냥해 그 가죽을 쓰는 풍습에서 비롯됐다. 사냥꾼부터 감염돼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금류와 붙어사는 환경 탓에 조류인플루엔자가, 야생동물을 약재로 쓰다 보니 사스와 '우한 폐렴'이 퍼졌다.

▶전염병이 사회 풍속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선 간염이 술잔 돌리기를 줄였다. 민물고기의 기생충이 위험하다는 게 알려지자 그걸 회로 먹던 습관이 사라졌다. 중국에선 그런 변화가 느리다. 어제 중국이 '우한 봉쇄'라는 극단적 처방을 내놓았다. 사후약방문이다. 중국발 전염병 공포는 주민들이 가축·가금류와 떨어져 살고, 야생동물의 위험성을 조심하는 등 방역 상식을 지켜야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사태가 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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