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 안쪽까지 확대하는 '독자 파병'을 발표한 것을 놓고 나라 안팎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친여 성향의 좌파 단체들은 "미국 요구에 굴복한 것"이라며 파병 반대에 나섰고, 보수 정당에서도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외교적으로 미국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반면, 이란은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겨레하나 등 89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파병 결정에 대해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체들은 "'독자 파병'이라 하지만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양안보구상'과 공조할 것"이라며 "촛불은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이었지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길 바라는 촛불이 아니었다"고 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전날 "그 어떤 파병도 반대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종대 수석대변인은 "사실상 새로운 파병을 국회 동의도 없이 감행하는 정부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파병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명분 없는 전쟁에 참여하는 일"이라고 했다. 파병에 찬성하는 보수 정당에서도 국회 비준 동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유한국당 국방위원회 간사인 백승주 의원은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도 "임무가 바뀌었기 때문에 국회의 새로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엄밀하게 표현하면 파병의 문제가 아니고, 청해부대의 작전 반경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이것을 쟁점으로 만드는 게 과연 이란과의 관계에 도움이 되느냐"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21일(현지 시각) 본지 질의에 "동맹인 한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을 지원함으로써 중동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을 돕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본지에 "청해부대의 임무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확대하기로 한 결정에 환영하고 감사한다"고 했다.
반면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한국 국방부는 '페르시아만'의 역사적 명칭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슨 지식과 정당성으로 이 해역에 군대를 보낸다는 것인가"라고 했다. 전날 국방부는 파병을 발표하며 호르무즈 해협 안쪽 바다를 '아라비아-페르시아만'으로 불렀는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란은 '페르시아만'이란 명칭을 쓰지만, 이란과 적대 관계인 사우디 등은 '아라비아만'으로 부른다. 무사비 대변인은 지난 20일에도 한국의 파병은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 같은 반응은 지난달 일본이 자위대 독자 파병을 결정했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미국은 즉각 반응하지 않았고, 이란은 일본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달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을 때 이란 대통령실은 "역내 평화, 안보 건설에 모든 나라의 협력을 환영한다"는 자료를 냈다.
외견상 엇비슷한 한·일의 '독자 파병'에 대한 반응이 딴판인 것은 파병의 시기·내용·과정이 다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은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를 제거하기 전 자위대 호위함을 '조사·연구' 목적으로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리는 솔레이마니 제거로 미·이란 관계가 훨씬 험악해진 상황에서 무장 수준이 더 높은 구축함을 보냈다. 작전 구역에 호르무즈 해협과 그 안쪽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