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산 석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특별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 1위의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국"이라며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에너지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국은 에너지 요금을 가구당 매년 2500달러(약 290만원)씩 절약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미국은 10년 전부터 셰일 오일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고, 작년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도 올랐다. 셰일오일은 퇴적암의 일종인 셰일(혈암)층에 갇혀 있는 원유로, 암석층 사이에 고압의 물과 화학물질 화합물을 쏘아 넣어 원유와 가스를 빼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최근 발표 내용을 보면, 미국은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8만9000배럴의 석유를 순수출했다. 순수출이란 원유와 석유 제품의 수출 물량이 수입 물량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미국이 월(月) 단위로 석유 순수출국이 된 것은 관련 기록 작성이 시작된 1949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었다.
셰일 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08년에는 미국의 석유 수입 물량이 수출량보다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이나 많았다.
이날 연설을 통해 드러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은 이같은 상황 변화를 바탕으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산 천연가스가 넘치도록 풍부하기 때문에 유럽의 동맹국들은 적대적인 에너지 수출국(이란을 뜻하는 것으로 보임) 무방비로 의지할 필요가 없다"면서 "미국의 막대한 에너지 생산에 힘입어 진정한 에너지 안보를 이루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