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사직을 권고받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조 비리 등을 언론 등에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약 7억원의 돈을 뜯어낸 해직 교사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이상훈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홍모(55)씨 등 50대 해직 교사 7명에게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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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따르면 홍씨 등은 서울 강서구의 한 대안학교에서 20년 넘게 교사로 재직하던 2014년 3월 이사장 김모씨로부터 사직을 권고받았다. 당시 이 학교는 구청 지원금이 끊기고 학생이 계속 줄어드는 등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애초 사직을 거부하고 정년 보장과 학교 법인화를 요구하며 맞섰다.

그러던 중 이들은 이 학교 졸업생들의 학생부에 일부 위조된 부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권고 사직 자체는 받아들이되, 비리를 언론이나 수사기관에 폭로할 것처럼 협박해 법적으로 학교가 지급할 의무가 없는 ‘퇴직 위로금’을 받아내기로 한 것이었다

이들은 그해 9월부터 11월까지 학교 교감, 행정실장 등 관계자들을 만나 "이대로 그냥 나갈 수는 없다" "자료가 많은데 터트리면 학교가 폐교될 것이다" "언론에 다 터트리고 감사원 등에 자료를 보내서 학교가 조사받게 만들겠다"라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측은 결국 2015년 3월 이들 7명에게 각각 1억원 안팎의 위로금 총 6억 9000여만원을 지급했다.

재판부는 "학적 위조 등 비리가 실제인지와는 관계없이 이를 폭로할 것처럼 말한 것은 협박"이라면서 "피고인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를 넘어 정당 행위나 자구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 모두 열악한 시설과 환경에서도 20년 넘게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직장에서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사직하게 돼 경위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결국에는 학교 측의 의사에 따라 권고사직을 하게 된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