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737 맥스’ 사태 여파로 세계 항공기 제조사 1위 자리를 에어버스에 내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잇단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소속의 737 맥스 항공기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공항에 멈춰있다.

보잉은 작년 보잉 737 맥스 기종의 잇단 추락 사고로 인한 운항과 생산 중단 여파로 30년만에 순주문수가 마이너스에 그치는 등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지난해 주문 취소와 전환 수가 주문수를 추월해 순주문수가 마이너스에 그쳤다.

작년 보잉의 항공기 인도 물량은 380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에어버스의 인도 물량(863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에어버스가 보잉의 항공기 인도량을 추월한 것은 2011년 이후 8년만에 처음이다.

보잉 737 맥스 기종은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연달아 추락하면서 현재 미국과 중국, 한국을 포함한 40개국에서 운항이 중지됐다. 현재 해당 기종은 생산도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사태가 악화되자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사임했다. 공식적으로는 '사임'이지만 보잉 이사회가 경영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격적으로 경질을 결정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뮬런버그 회장의 뒤를 이어 데이비드 캘훈 전 보잉 이사회 의장이 지난 13일 신임 CEO로 취임했다. 캘훈 의장은 제너럴일렉트릭에서 마케팅과 비행기 엔진을 포함한 교통수단 개발로 잔뼈가 굵은 공학 전문가로,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서 포트폴리오를 총괄했던 경험도 가진 경영과 실무 겸장형 리더다.

보잉은 1916년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소형항공기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놨던 737맥스 기종 항공기는 치명적인 프로그램 오류로 1년새 2차례에 걸친 추락사고를 내면서 ‘죽음의 비행기'라는 오명을 얻었다.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737맥스 기종 여객기가 추락한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에티오피아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