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젊은층 反中정서 외면… 101년 역사 대만 국민당 몰락

입력 2020.01.15 03:00

두번의 총통선거서 연달아 패배
의원 첫 출마자 평균 나이 63세… 고질적인 黨내분도 발목잡아
"이대론 절멸"… 쇄신론 쏟아져

대만 대선에서 민진당에 참패한 중국국민당(국민당) 내부에서 쇄신론이 분출하고 있다. "몰락" "절멸" 등의 단어를 써가며 위기감을 토로하는가 하면, 중국과의 교류를 강조해온 기존 당론에 대한 자성도 나오고 있다. 대만 내 반중(反中) 정서가 커진 상황에서 더 이상은 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1년 정당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는 말도 나온다.

국민당은 2016년 대선에 이어 지난 11일 열린 대선에서도 득표율 40%를 넘지 못하고 패배했다. 같이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 의석수(61석)의 절반을 조금 넘는 38석에 그쳤다. 국민당 커즈언(柯志恩)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당은 노선·정책이 모호하고 무기력하다"며 "이번에도 깨어나지 못하면 역사의 먼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만 대선 국민당·민진당 득표율 외
국민당은 1919년 '중국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이 중국에서 창당했다. 1925년 쑨원이 숨지자 장제스가 당을 이끌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패해 장제스와 지지 세력은 대만으로 이주했다. 이후 대만에서 반세기 가까이 정권을 유지했으나 민진당이 주도한 민주화 운동 끝에 1996년 총통 직선제가 도입됐고, 2000년에 첫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번에 또 연거푸 대선에서 패하면서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만 언론은 국민당 쇠퇴 원인으로 젊은 유권자의 반감을 꼽는다. 국민당은 대만의 경제 성장을 이뤘고, 중국이 개혁·개방에 나선 이후에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도했다. 외성인(중국 대륙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주도한 국민당은 혈연·문화에 있어 중국 대륙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하지만 2014년 대만에서 일어난 해바라기 운동(중국·대만 서비스 무역협정 체결 반대 학생 시위), 지난해 홍콩 시위를 거치면서 커진 젊은 층의 반중 정서를 읽지 못했다.

고질적인 내분도 국민이 등 돌린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만의 트럼프'라는 평가를 받던 가전업체 '폭스콘' 궈타이밍(郭台銘) 회장이 대선 당내 경선을 거치며 탈당, 다른 당 후보를 지원했다.

세대교체에 실패하고 늙은 정당이 된 것도 문제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한 후보들의 평균 연령은 민진당이 51세인 반면 국민당은 63세였다. 현 국민당 지도부는 마잉주(69) 총통(2008~2016년) 시절 인사들이 주류다. 우둔이(71) 국민당 주석은 1973년 시의원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시장, 국회의원, 행정원장(총리 격), 부총통 등을 지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변호사, 기자 등 전문직으로 활동하다 정계에 진출한 당내 소장파들은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3선(選)의 국민당 장치천(江啓臣·47) 의원은 13일 국민당 지도부인 중앙상무위원을 사퇴하면서 "왜 국민당이 시대와 동떨어지게 됐는가를 철저히 토론해야 한다"며 전면적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장제스 전 총통의 증손이자 장징궈 전 총통의 손자인 장완안(蔣萬安·41) 의원도 "국민당이 두 번의 총통 선거에서 패한 상황에서 개혁 논의를 늦출 수 없다. 개혁은 핵심 지도부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진 '92 공식(共識)' 등 대중(對中)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쏟아지고 있다. 92 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 민간기구들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다른 명칭을 쓸 수 있다'고 합의한 것을 말한다. 국민당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안정돼야 중국과의 경제 협력이 가능하다며 92 공식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국민당 내 40대 인사들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요수후이(游淑慧·43) 타이베이시의원은 12일 "이번 투표로 92 공식이 사람들의 동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맞지 않는 옷은 고쳐야 한다"고 했다. 쉬위런(許毓仁·41) 의원도 "이번에 처음 투표한 118만명 가운데 70%가 반중에 가깝고 4년 후에는 이런 사람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에 새 지도부를 뽑는데 마잉주, 주리룬 등 총통을 했거나 총통 후보였던 인물들이 재등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선 투쟁도 예고됐다. 국민당 주석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대만대 정치학과 장야중(張亞中)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국민당은 미국 국민당, 대만 국민당이었다"며 "이제는 진짜 중국국민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론을 내건 것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