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문제를 거론하다 불쑥 한국을 "부자 나라"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4~15일 워싱턴DC에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해서 열리는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6차 협상을 앞두고 재차 한국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추가 파병 문제에 대한 질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방위비 분담금으로) 10억달러를 예치해놨다"며 "나는 사우디에 '당신들은 매우 부유하고, 더 많은 (미군) 병력을 원하면 우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오는 美 1사단 2전투여단, 캔자스 기지서 전차 수송 시작 - 한반도 순환 배치를 앞둔 미 육군 제1보병사단 예하 2전투여단이 지난 8일(현지 시각) 미 캔자스주 포트라일리 기지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첨단 전차 등 부대 장비의 철도 수송을 준비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국방 영상정보배포시스템(DVIDS)을 통해 관련 영상을 직접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불쑥 "한국은 우리에게 5억달러(약 5807억원)를 줬다"며 "(예전엔) 그들은 결코 주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줄곧 "한국이 5억달러를 더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한국은 지난해 방위비 1조389억원을 부담해 전년(9602억원)보다 787억원(약 6776만 달러) 정도만 더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한국을 설득해서 5억달러를 더 내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병력 규모도 알려진 것과 다르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 "우리는 당신들을 북한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병사 3만2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당신들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의회 등을 통해 알려진 주한미군의 주둔 규모는 2만8500명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줄곧 주한미군이 3만2000명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압박하고 자신의 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한 미군 숫자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분을 부풀리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한·미 간 방위비 협상장에서는 양측이 이견을 좁혀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위협'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 8일 본회의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해 4월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결의안이다. 하원에도 유사한 결의안이 계류 중이다.

주한 미군에 순환 배치될 미 육군 제1보병사단 예하 2전투여단도 11일 한국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미2전투여단은 11일(현지 시각) 한국으로 순환 배치되는 장비들을 철도를 이용해 수송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전투여단의 한국 순환 배치부터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일단 그런 우려는 해소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