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도가 23.6도로 1월 최고기온 기록을 세우는 등 한겨울에 반팔을 입을 정도로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가운데 북한 지역도 이례적으로 기온이 높아져 한반도 전체가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을 겪고 있다.

8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한겨울에 비가 내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산에 흰 눈이 쌓여 있어야 할 한겨울에 비가 내리고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다니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지금까지 평양 지방에서는 보통 소한날(지난 6일)을 전후로 하여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를 오르내렸으나 7일 아침 최저기온은 1도를 넘어섰다"면서 "한 해 중에 제일 추운 날 중의 하나로 알려져 온 소한날에 비가 오는 것과 같은 현상은 매우 보기 드물다고 한다"고 했다.

北 노동신문 "한겨울에 비 내리는 드문 광경"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에 보기 드물게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홈페이지에 평양 주민들이 겨울에 우산을 쓰고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게재하기도 했다. 사진은 영상 캡처본.

이 같은 이상기온 현상은 한반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도는 유례없는 혹한, 호주는 기록적인 혹서(酷暑)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동신문도 "겨울철에 어느 한 지역에는 한파가 들이닥쳐 기온이 기록적으로 떨어질 때 다른 지역에서는 혹심한 무더위가 들이닥쳐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로 되기도 하는 등 여러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이상고온·이상저온 등 극단적 기후 현상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지구 평균기온은 21세기 말 1.9~5.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5~10% 증가할 것"이라며 "홍수와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늘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맥 못 추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원인

한반도 전체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겨울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올해 특히 약하기 때문이다. 김동준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시베리아와 북극 지역의 지표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북쪽의 찬 공기 자체의 기온이 그리 낮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하해 영향을 미쳐도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남하하는 일도 평년보다 적다. 대기 상공(고도 5㎞ 이상)에 위치해 북극과 한반도 사이를 가르는 일종의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동서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해수면의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대기 하층(고도 1.5㎞ 이하)에는 여름철 발생하는 북태평양 고기압처럼 온난 다습한 기압대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김동준 과장은 "호주의 이상고온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서인도양과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 상승도 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올겨울이 계속 따뜻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상청은 비가 그치는 9일부터 기온이 내려가 평년 이맘때(영하 11~0도)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8일 밤부터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9일 아침 중부 내륙과 경북 내륙의 아침 기온이 영하 8~영하 3도로 전날보다 10도 이상 떨어지겠다"며 "바람도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13~영하 6도 수준으로 더 낮아 추울 전망"이라고 했다.

◇세계 곳곳 이상기온 현상

채널 9 등 호주 현지 매체들은 지난 4일 시드니 팬리스의 낮 최고기온이 48.9도를 기록해 이날 전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였다고 보도했다. 호주 연방 수도인 캔버라도 낮 최고기온 43도를 기록, 종전 최고 기록인 42.2도(1968년)를 경신했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1월이 여름이지만,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오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반면 인도는 유례없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지 보도에 따르면 인도 델리의 지난달 31일 낮 최고기온이 9.8도로 평년 이맘때보다 10도 이상 낮았다. 차가운 공기가 인도 전역을 감싸는 현상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서 스모그도 심해지고 있다. 세계 대기오염 조사기관인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8일 델리의 초미세 먼지(PM2.5) 농도는 137㎍/㎥에 달해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일주일 이상 미국 동부의 기온이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서 미시시피강 인근 지역에 홍수가 날 수 있다고 지난 6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