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륙 도시인 우한(武漢)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가운데, 우한시를 최근 방문한 적이 있는 국내 체류 중국인 A(여·36)씨가 폐렴으로 8일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A씨를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해 치료와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A씨와 함께 우한을 다녀온 회사 동료와 병원 의료진의 발병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설 연휴(1월 24~27일)를 앞두고 집단 감염 우려가 있는 폐렴 환자가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지난해 12월 13~17일 우한시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A씨에게 증상이 있는 것으로 7일 확인돼 분당서울대병원에 격리해 치료와 검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12월 13~17일 업무차 우한시로 출장을 다녀왔다. 질병관리본부는 "A씨는 폐렴의 진원지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이후 같은 달 17~25일 경기도의 회사로 출근하다가 26~30일 중국 남동해안 도시인 샤먼(廈門)시로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샤먼에서 귀국 직후인 12월 31일 A씨는 기침과 목 붓는 증상이 발생했고 새해 1월 2일부터 3일까지 오산한국병원을 두 차례 찾았다.
오산한국병원은 X선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고 보고 감기약을 처방했다. 1월 6일 동탄성심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돼 다음 날인 1월 7일 같은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았다. 폐 양쪽에서 폐렴 증상이 확인됐다. 병원은 보건 당국에 즉시 신고했고, A씨는 같은 날 밤 감염병 국가지정입원 치료 병상이 있는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8일 새벽 4시 A씨에 대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인플루엔자 등 9종류의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음성으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8일 오후부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감염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며 "A씨와 함께 우한 출장을 다녀온 직장 동료와 의료진 등 A씨와 접촉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질본은 "병원체 검사와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점과 사람 간 전파 및 의료인 감염의 증거가 아직 없다는 중국 보건 당국의 발표에 따라 위기 단계 수준을 '관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했다. 또 "오산한국병원과 동탄성심병원의 진료를 중단하지 않고 유지하되 발생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위기 단계 조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우한시와 인천공항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일주일에 8편 운항되고 있다. 질본은 "우한에서 직항편으로 입국한 사람들 모두에 대해 발열 상태 감시, 건강 상태 확인 등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우한시 입국자 정보를 국내 의료기관과 공유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가 원인불명의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진단받은 27명의 환자가 확인돼 격리·치료 중이라고 발표했다. 실제 환자가 나온 것은 19일 전인 12월 12일로 추정된다.
2002~2003년 중국과 홍콩, 대만, 캐나다 등 7국에서 775명이 사망한 사스가 다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중국 보건 당국은 사스나 메르스가 아닌 신종 호흡기 질환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기준 환자가 59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7명이 중태라고 했다. 홍콩(21명)과 마카오(8명), 대만(7명) 등 인접 국가에서도 환자가 확인돼 위기 단계 수준을 높이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