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구속 가를 '정무적 판단'의 핵심 근거
①정상적 절차대로 감찰 중단했나
②외부 청탁이 감찰에 영향 미쳤나
③유재수 비리 얼마나 알고 있었나

조국 전 법무장관이 26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동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정무적 판단인가, 직무 범위를 넘어선 범죄인가.

26일 열린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의 핵심 쟁점을 하나로 꼽으라면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조사 중단이 민정수석의 ‘정무적 판단'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날 영장심사에서 조 전 장관 측과 검찰은 이를 놓고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직자의 뇌물수수라는 중대한 범죄 혐의를 인지하고도 외부의 청탁을 받아 진행중이던 감찰조사를 중단시킨 것은 중대한 범죄"라고 하고, 조 전 장관 측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감찰을 종료한 것이어서 정무적 책임이 있을 뿐 위법 행위는 아니다"라고 맞받은 공방이 이어졌다고 한다.

앞선 판례와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정무적 판단'인지를 인정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감찰 중단이 정상적 절차대로 이뤄졌는지다. 둘째는 감찰 중단에 대한 청탁이 있었는지, 그 청탁이 감찰 중단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다. 마지막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위를 어느 정도나 파악하고 있었는지다.

◇기록 없이 이첩, 자료는 폐기… 정상적 절차?
조 전 장관 뿐 아니라 청와대도 지난 23일 그의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당시 상황에서 검찰 수사를 의뢰할지 소속 기관에 통보해 인사 조치를 할지는 민정수석실의 판단 권한이며, 청와대가 이러한 정무적 판단과 결정을 일일이 검찰의 허락을 받고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비리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의뢰하거나 소속기관에 감찰 조사를 하라고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절차는 지켜졌을까.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감찰 조사를 중단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조 전 장관이 통상의 감찰과 감찰결과 통보 등의 절차를 무시한 점을 집중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조사는 2017년 말 이뤄졌다.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이 대면조사 3차례와 휴대폰 분석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은 돌연 잠적했고,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 금융위원회에 비위 의혹을 통보하면서 감찰 기록도 일체 첨부하지 않은 채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통해 금융위에 "사표를 받으라"고 구두로 통보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특히 조 전 장관은 작년 말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민정수석실 사찰 의혹 폭로 등으로 시끄러워지자 유 전 부시장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 등 감찰 기록을 없애버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중단된 감찰 사실 자체를 은폐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이 ‘감찰 무마’라는 잘못된 프레임으로 이 사안을 보고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법정동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재수 구명운동'... 감찰 중단에 영향 미쳤나
조 전 장관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외부의 영향을 받았는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청탁을 받고 직권을 남용한 것이라면 중대한 범죄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이 "조 전 장관이 '여러 곳에서 감찰을 중단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하며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한 진술을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은 유재수 구명운동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청와대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천경득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 등도 조사했다. 조 전 장관도 검찰에서 "외부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러 의견을 듣고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른바 현 정권 실세라고 불리는 인사들의 의견을 들은 뒤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던 감찰조사가 중단됐다는 것 자체가 청탁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서도 조 전 장관을 넘어 청와대 '윗선'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조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조국은 '유재수 비리' 어디까지 알고 있었나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할 당시 유 전 부시장의 비리 혐의를 얼마나 알았는지도 구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은 비리 의혹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자산운용사 등 업체 4곳에서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뇌물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아내의 항공권과 골프채, 동생의 취업 자리까지 챙겼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의 중대 비리 혐의 중 상당 부분은 청와대 특별감찰반 감찰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거나, 확인이 가능했다"고 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12월 "해외로 송금된 내역이 없는데 미국에 자녀들 유학비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특감반원의 질문에 "해외계좌 내역을 가져와 소명하겠다"고 해놓고 잠적했다. 특감반을 이같은 조사 내용 등을 4차례나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유 전 부시장은 감찰이 중단되고도 3개월이나 지나 금융위에 사표를 냈고, 바로 다음달 국회 정무위 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이내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지난해 말 국회에서 "첩보를 조사한 결과, 근거가 약하다고 봤고 첩보와 관계 없는 사적인 문제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대부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과거 국회 발언이 논란이 되자 "당시는 정치적 공세에 대한 정무적 대응이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날 조 전 장관이 중대한 범죄를 덮기 위해 '정무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