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25일 최근 민주당과 여권 군소 정당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검경이 인지한 고위 공직자 범죄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한 데 대해 "수사 검열이자 중대한 독소 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검이 공수처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간 대검은 수사권 조정안과는 달리 공수처 법안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는다"고 해왔다.

대검이 문제 삼은 조항은 공수처법 24조의 2로, 공수처 이외의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고, 공수처가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하도록 한 내용이다. 당초 법안에는 없었는데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막판에 규정을 새로 끼워 넣었다.

대검은 이날 오후 낸 입장문을 통해 "공수처가 검찰·경찰의 고위 공직자 수사 컨트롤타워나 상급 기관이 아님에도 수사 착수 단계부터 그 내용을 통보받는 것은 정부 조직 체계 원리에 반(反)한다"고 했다. 이어 "압수 수색 전 단계인 수사 착수부터 검경이 공수처에 사전 보고하면 공수처가 입맛에 맞는 사건을 이첩받아 자체 수사 개시해 '과잉 수사'를 하거나, 검경의 엄정 수사에 맡겨놓고 싶지 않은 사건을 가로채 가서 '뭉개기 부실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이 여당 법안에 대해 이런 식의 표현을 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법안 내용에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대검은 또 "대통령과 여당이 공수처장 내지 검사 임명에 관여하는 현 구조에서 공수처에 대한 사건 통보는 공수처의 수사 검열일 뿐 아니라 청와대·여당 등과 수사 정보 공유로 이어져 수사 중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했다.

대검의 이 같은 강경한 입장 표명은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 참모들에게 "왜 알지도 못하는 내용이 마지막에 들어가게 됐느냐"며 "다른 부분은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문제 되는 부분에 대해선 의견을 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장인 권성동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독소 조항을 끼워 넣었다"며 "이는 공수처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로 대통령 친위 기구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그대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