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통일부·국정원 등 안보 당국이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3차 확대회의(22일 보도)에서 언급된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란 표현과 회의 도중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총참모장(합참의장 격)과 해·공군사령관을 일으켜 세워 뭔가를 지시하는 듯한 장면에 주목하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성탄절과 대미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열린 이번 회의에서 '군사 도발'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육·해·공군사령관 일으켜 세운 김정은
전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번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결과를 전하며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에 맞게 새로운 부대들을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가 토의·결정됐다"고 보도했다. '당의 군사전략적 기도'란 표현은 지난 7월 김정은이 새로 건조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용 신형 잠수함을 시찰했을 때 처음 등장했다.
이 표현이 5개월 만에 당중앙군사위에서 거론된 것은 북이 준비 중인 모종의 도발이 SLBM 또는 SLBM 탑재용 신형 잠수함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SLBM 탑재 잠수함을 완성하고 이를 공개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SLBM 발사대를 장착한 북의 신형 잠수함이 곧 건조돼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며 "신형 잠수함이 진수되면 SL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했다.
특히 북한 조선중앙TV는 당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며 박정천 총참모장과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 3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정은의 지시를 받는 듯한 장면을 공개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신형 SLBM인 북극성-3형을 신형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시나리오 외에 육상과 공중 도발 또는 육·해·공 복합 도발 시나리오도 준비 중임을 시사한다"고 했다.
또 북한 노동당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군수공업부 산하 무역회사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에 쓰이는 이동식 발사차량(TEL) 70대분의 부품을 중국 등에서 조달하는 비용으로 수천만달러를 할당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상황에서도 핵(核)미사일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북한에 TEL 양산에 필요한 일반 기계 및 운송용 차량을 수출하는 건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위반된다.
◇美 대북 군사 압박 및 제재 강화 주장
이런 가운데 미 전략사령부는 자국의 육·해·공 '3대 핵전력'이 총등장하는 영상을 22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는 미국 본토 발사 후 30분 내에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미니트맨3',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트라이던트2', 스텔스폭격기 B-2의 모습 등이 등장한다. 미·북 갈등이 최고조였던 2017년 미국 국방부가 공개했던 영상을 다시 끄집어낸 것이다.
미국 내에선 대북 압박 수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쳤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야욕을 중단시킨 것처럼 허세를 부리고 있다"며 "대북 정책의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위협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을 할 경우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크리스 밴 홀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유엔 대북 제재 문서는 (구멍이 많은) 스위스 치즈와 비슷하다. 그 속에는 빠져나가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제재를 의무화한 '오토 웜비어법'이 최근 통과된 것과 관련해 "사진용 정상회담은 끝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