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를 중대한 범죄(직권남용)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조 전 장관은 그동안 "유씨의 비리 혐의가 가벼워 감찰을 중단한 것"이라는 논리로 자신을 방어해왔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이 금융 업계 관계자 등에게서 4950만원 상당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그 주장은 깨진 상태다. 그런 중대한 비위에 대한 감찰 중단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월 말부터 조 전 장관 수사를 시작했다.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일가(一家) 비리 수사였다. 서울중앙지검이 이 건을 맡아 수사하던 중 지난 10월 서울동부지검이 감찰 무마 사건 수사에 착수했고, 영장 청구까지 이른 것이다.
이 수사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 관련 의혹을 폭로하고 지난 2월 조 전 장관을 감찰 무마 혐의(직권남용)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당시 감찰을 담당한 특감반원들이 입을 닫으면서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다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겨냥해 '의지'를 갖고 수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조 전 장관 지시로 (감찰에 부정적인) 백원우 민정비서관 의견을 들었고, 이후 조 전 장관이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후 관련자들이 다 조 전 장관을 지목하자 결국 코너에 몰린 조 전 장관도 "(감찰 무마에 대한) 정무적 책임은 내게 있다"고 사실상 자백했다.
조 전 장관은 작년 12월 국회에서 "김 전 수사관이 희대의 농간을 부린다"고 했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 전 수사관을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김 전 수사관 폭로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조 전 장관은 구속 위기까지 몰렸다.
관심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다. 법조계에선 전례에 비춰볼 때 유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최순실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을 통해 기업에서 돈을 받는 등 비위 행위를 한다는 의혹을 알고도 감찰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감찰을 하지 않거나 중단한 건 모두 중대한 범죄여서 조 전 장관도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혐의 자체는 다르지만 사안이 비슷해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될지는 불확실하다. 우 전 수석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세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된 끝에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결국 구속됐다. 당시 법원은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전직 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은 명확한 물증 확보가 어렵고 직권의 범위, 고의성을 놓고도 논란의 여지가 많아 구속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에서 감찰 무마 결정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정무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피의자가 혐의를 통째로 부인하면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가 많다. 조 전 장관의 진술은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법조계에선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 비위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위가 심각한 것을 알고도 감찰을 무마했다면 구속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영장 심사는 오는 26일 열린다. 뇌물 수수 혐의로 유 전 부시장 구속영장을 발부한 권덕진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