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예미정, 지역 전통 생선김치 '어딤채' 재연
'어딤채'는 물고기(魚)에 김치의 순우리말인 '딤채'를 더한 말
"굽고 졸여 먹는 생선을 김치에 버무려 삭혀서도 먹는다?"
경북 안동지방에서 전해오던 전통 김치인 ‘어딤채(魚沈菜)’ 시연회가 16일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에서 열렸다.
어딤채는 200여년 전 조선시대 문헌에도 나오는 전통음식이지만, 담그는 방법이 몇몇 가문에만 전해져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 왔다. 어딤채는 물고기(魚)와 김치의 순우리말인 ‘딤채’를 합성한 말로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저술한 고조리서 ‘규합총서’에 기술돼 있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침채(沈菜)’에서 발전된 딤채 가운데서는 함흥 명태김치와 함께 안동지방 갈치김치를 전통 어딤채로 꼽는다. 경북 동해안 지방에선 오징어, 가자미, 곰치, 우럭 등의 재료를 이용하기도 한다.
안동지방 어딤채는 기존 액젓이나 새우젓 대신 토막 낸 갈치를 배추 사이에 넣고, 이를 ‘어장’이라고 부른다. 어장을 넣어 만든 어딤채는 생선이 단백질 보충 역할을 하고,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이 많이 나와 장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숙성시킬수록 담백하면서도 깨끗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동에서는 종갓집마다 담가왔던 어딤채는 버무린 후에 한 달을 충분히 익혀 섣달그믐 무렵부터 꺼내 먹는 것이 일반적인 김치와 다르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향토음식 손맛할머니 한희숙(92) 여사를 초청해 마늘과 고춧가루, 생강, 청각 등 갖가지 김치 양념에 갈치토막을 버무려 절인 배추 잎 사이사이에 넣는 모습이 선보여졌다. 예미정 안동종가음식체험관 측은 ‘사라져 가는 우리음식 되살리기’ 차원에서 이날 담근 갈치어딤채를 체험 교육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 예미정을 방문한 일반인들은 특이한 김치를 맛보느라 줄을 이었다.
박정남 예미정 교육원장(대경대 외식학 겸임교수)은 "갈치가 김치 양념에 잘 삭혀져 생선 특유의 감칠맛이 배어나 맛좋은 김치가 된다"면서 "귀한 손님 상차림에만 올린 어딤채는 겨울철 특별한 종가음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