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가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란 목표에서 이탈하고 있어 미국은 더 이상 대북 제재를 중국에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11월에 발간한 '순망치한(脣亡齒寒), 북중관계 재건'이란 보고서에서 "중국은 북한이 영구적으로 핵을 보유한 현실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중 협력을 견인했던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라는 '허구적 목표'를 유지하면서 실제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준비가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북한은 한·미 동맹 약화,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역내 영향력 약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북한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최근의 한·미 동맹 마찰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논란 등으로 인한 한·미·일 협력의 손상, 미국의 동북아에 대한 소극적 태도 등으로 중국에 최고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북·중 밀착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미국은 한·일 관계를 재생시키고 한·미·일 삼각협력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26일(현지 시각)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은 북한이 앞으로 핵보유국으로 남을 것이고 이에 대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현실을 체념하며 받아들이고 있다"며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북핵 문제 해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도 향후 수개월 안으로 북핵 협상과 관련해 중국과 같은 길을 택할 수 있다"며 "그 길은 핵을 보유한 북한을 마지못해 인정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관리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확실성이 크게 우려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