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는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활발한 신흥 도시다. 위례·미사 신도시를 중심으로 30·40대 젊은 층 인구가 유입되며 인구 수가 2014년 15만명에서 올해 10월 27만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시 인구의 약 40%가 30· 40대였고 가임기 여성이 6만명에 달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 비중이 일곱째로 높고 서울 강남 3구와 가까워 교육·의료 인프라가 좋은 '베드타운'으로 인기가 좋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고, 젊은 층의 비중이 높지만 하남시는 지난해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로 분류됐다. 하남시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1.02명으로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합계 출산율 '0.98명'(2018년)의 충격이 노인 인구 비중이 높은 지방의 시·군을 넘어 청년 인구 비중이 높은 수도권 신흥 도시들까지 전국적으로 예외 없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2만4408명으로 집계됐다.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8월 기준으로 최저치로 2016년 4월부터 41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 대비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생아 수는 계절 등의 영향을 고려해 매년 같은 달끼리 비교한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 30만명 선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연 30만명 출생아 깨질 듯
올 8월 출생아 수는 7월(2만5263명)보다 800명가량 적다. 작년 8월(2만7381명)과 비교하면 10.9% 감소한 것이다. 8월까지 누적 출생아 수는 20만8195명으로 전년도 1~8월(22만6214명)보다 1만8019명 적었다. 연간 출생아 수가 지난해(32만6822명)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구학자들은 "연간 20만명대 출생아 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연간 출생아 40만명 선은 2002년부터 15년간 유지되다가 깨졌는데, 30만명 선은 불과 3년 만에 깨지는 진기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출생아 30만명 선은 그동안 인구 감소 충격으로 생산 활동 인구가 줄고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등 다운사이징(규모 축소)에 대비해 지켜야 할 '저지선'으로 여겨져 왔다. 올해 1~8월 혼인 건수는 15만764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2% 감소했다.
◇"지난 2년간 저출산 예산 60조 무용지물"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에만 정부와 지자체가 60조원 가까운 돈을 저출산 대책 명목으로 썼는데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저출산·고령사회 시행 계획'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2017, 2018년 각각 27조5728억원과 30조6002억원을 저출산 해결 명목으로 투입했다. 정부는 만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 아동수당을 주고 있고 지자체에 따라서는 별도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도 있다. 안상훈 서울대 교수는 "총예산은 크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표 계산 때문에 단타성 처방만 남발하니 효과가 없다"며 "전 국민에게 아동수당 등 몇십만원 쥐여줄 게 아니라 아이 낳기 어려운 '일하는 여성' 중심으로 정책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