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미군 공격에 사망했지만, IS 생존에 필요한 최후 동력까지 제거된 것은 아니다.

27일(현지 시각) 중동 유력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26일 IS의 수장 알 바그다디가 미군 공격으로 숨진 후 ‘교수’ 혹은 ‘파괴자’라는 별명을 가진 압둘라 카르다시가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다시는 과거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장교로 복무한 경험을 살려 그간 IS에서 군사작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 바그다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3년 무렵. 당시 테러 단체 알카에다와 연루돼 이라크 남부 중심도시 바스라 지역에 미군 수용소에 수감됐을 때 바그다디를 만나 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에서 태어나 이슬람학을 공부한 그는 IS 내에서 잔혹하고 위엄있는 지도자로 이름을 알렸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타임지는 미국 대테러 전문가를 인용해, 카르다시 대신 IS 사령관 아이야드 알 오베이디를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지목했다. 다만 로이터는 오베이디의 행방이 현재 묘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오베이디는 지난 2016년 이라크군 공습 당시 사망했다는 설도 있다.

영상을 통해 IS 조직원을 모집하는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IS는 현재 주근거지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점령지를 꾸준히 잃고 있다. 조직이 전성기를 누리던 2014∼2016년처럼 이라크 일대 유전지대를 장악해 테러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물리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해도 카르다시를 중심으로 점조직식으로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세력은 충분히 구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IS는 여전히 알 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1만4000~1만8000명의 조직원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비교적 인적 자원이 덜 쓰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이슬람 극단주의 유포, 테러 선동 방식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자생적 테러를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

과거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자발적 IS 대원을 끌어들였던 IS는 폭발물·무기 제조, 테러 모의, 실행 등을 담은 콘텐츠를 이미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뿌려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알바그다디는 사라졌지만 중동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동 등에서 IS발(發)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한 미군을 철수하면서 IS가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시리아 북부에는 남아있는 IS 세력 1만2000여명과 그 가족 7만여명이 미군이 감독하는 30개 수용소에 갇혀 있다.

시리아 알홀 난민촌의 IS 대원 가족인 움 라잔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신의 의지에 따라 죽은 바그다디 뒤를 이어 1000명의 바그다디가 다시 태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