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이 군(軍)에 다시 걸렸다. 1979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12·12사태'로 정권을 잡은 이후 김의 사진을 떼어낸 지 40여년 만이다.

육군은 1일 "최근 김 전 부장 사진을 육군 3군단과 6사단에 걸었다"고 밝혔다. 김재규는 육사 2기 출신으로 18대 3군단장과 15대 6사단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군은 10·26 이후 김재규 사진을 전 부대에서 떼어냈다. 그가 거쳤던 부대의 기록물에서도 이름을 삭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범으로 군에서 금기의 인물로 남아있던 김재규 사진을, 그가 지휘했던 군부대 역사관 등에 다시 내걸었다는 것이다.

김재규 사진을 군부대에 내건 근거는 역대 지휘관 사진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국방부 훈령이다. 국방부는 지난 4월 '역사적 사실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 역대 지휘관의 사진 전부를 게시할 수 있도록 훈령을 개정했다.

김재규 사진을 군부대에 내걸려는 움직임은 현 정권 출범 후 계속 있어왔다. 재작년 기무사 국감 때 한 여당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사진도 있는데 사령관 지낸 김재규 사진은 왜 없냐"고 문제 제기를 했다. 기무사는 바로 김재규 사진을 걸려고 했으나 예비역 장성들이 반발하자 철회했다. 그러다 기무사 후신으로 출범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다시 김재규 사진 복권을 추진했으나 논란이 일자 아예 전두환·노태우를 포함한 모든 역대 사령관 사진을 떼버렸다.

군 예비역 장성들 중에서는 현 정권 들어 김재규 사진을 다시 군부대에 내건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 폄하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군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취지에서 훈령 개정이 이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