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6일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의 신속 처리 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을 놓고 사흘째 대치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저지로 이 법안들의 국회 의안과 접수가 막히자 이날 오후 3시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자 입법 발의 시스템'을 통해 관련 법안을 온라인으로 제출했다. 이어 오후 9시 23분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장소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옮겨 법안을 기습 상정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로 의결은 하지 못하고 산회(散會)했다. 한국당은 "법안 접수도 꼼수, 회의장 변경도 꼼수"라며 "사상 유례없는 날치기"라고 주장했다. 또 전날 바른미래당이 사임시킨 오신환 의원이 회의장에 들어와 새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의 자리를 지켰다. 이 때문에 채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고, 패스트트랙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도 채우지 못했다.

사개특위 위원장 막아선 한국당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으로 예고된 본청 220호 앞에 단체로 드러누워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들어가려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앞줄 왼쪽) 특위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을 막고 있다.

이날 국회에는 망치, 빠루(큰 못을 뽑을 때 쓰는 쇠지렛대), 철사, 자전거 도난 방지용 체인 등이 등장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날 새벽 1시 15분쯤 법안 접수처인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진입을 시도했다. 2시 30분쯤엔 국회 관계자가 민주당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망치와 빠루로 한국당이 봉쇄한 의안과 문을 따려고 했다. 한국당은 "쇠망치는 민주당이 준비해 온 것이고, 빠루는 민주당 요청으로 방호과에서 전달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의총에서 "패스트트랙 처리가 곧 적폐 청산"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추진의 모든 과정이 불법"이라며 "온몸으로 저항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 18명을 국회 회의 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한국당도 이에 맞서 민주당 일부 의원을 폭력 등의 혐의로 맞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겼다.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문 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