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S가 26일 발표한 '2019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는 5개 학문 분야, 48개 전공 분야별로 500위까지 대학 순위를 매겼다. 한국 대학들은 지금까지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해온 '공학' 분야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정체 또는 후퇴하는 분위기다. 학계에서는 "지난 10년간 한국 대학들이 재정난, 정부 규제 등으로 혁신을 못 했는데 그 여파가 연구, 교육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균관대 5개 학과서 '톱 50' - 성균관대 공과대학 학생들이 '창의 공학 경진대회'에서 직접 만든 시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2019 QS 세계 대학 학과별 평가'에서 문헌정보학, 사회정책·행정 등 5개 학과에서 '톱 50위'에 올랐다.

◇중국 올라가는데, 한국은 정체

중국 대학과 비교하면 한국 대학들의 정체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 대학은 48개 전공 중 '톱 10'에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반면 중국 대학은 네 곳이나 랭크됐다. 칭화대가 건축학과 토목·구조공학에서 각각 10위, 9위에, 베이징대가 현대언어학에서 10위, 중국농업대학이 농업학에서 10위에 올랐다.

'톱 50위' 내 한국 대학은 2015년 46곳에서 2017년 66곳으로 늘었지만, 올해 다시 61곳으로 줄었다. 반면 중국 대학은 2015년 50곳에서 2017년 78곳으로 늘더니 올해 96곳으로 치솟았다. 일본은 같은 기간 69곳에서 79곳으로 완만하게 느는 추세다. '톱 100위' 이내 든 중국 대학은 218곳으로, 한국(138곳)의 두 배에 가깝다.

학자들은 한국 대학들의 정체·후퇴 현상에 대해 인력난·재정난 등을 대표적 이유로 들었다. 카이스트 이태억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공학 분야에서 최근 수년간 정년퇴직하는 교수들이 엄청 많이 나오고 있는데, 퇴임을 앞둔 교수들은 3~4년간 랩에 학생도 안 받고 연구 활동을 줄이고 있으며, 그 자리에 글로벌 경쟁력 있는 학자들을 뽑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7~8년 전부터 연구 활동이 위축됐는데 그 여파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대학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연구나 인프라에 제대로 투자를 못 한 결과가 경쟁력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공대 한 교수는 "싱가포르나 중국은 지난 십수년간 정부가 전폭적으로 대학에 재정을 투입해 세계적 학자를 스카우트하고, 정부 간섭은 받지 않고 혁신적 연구를 해왔다"면서 "우리 대학들도 지금까지는 많은 논문을 써서 어느 정도 따라왔지만, 이젠 이런 방식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다"고 했다.

◇유럽 대학들 선전

미국과 영국 대학들의 강세는 여전했다. '톱 10'에 가장 많은 대학이 포함된 국가는 미국(234회)이었고, 그다음은 영국(137회), 스위스(22회), 호주(18회), 캐나다(15회), 싱가포르(14회), 네덜란드(12회), 이탈리아(6회), 중국(4회), 스웨덴(4회) 순이었다.

5개 학문 분야 중 1위는 미국과 영국이 휩쓸었다. '생명과학·의학'·'사회과학' 분야는 미국 하버드대가 1위를 했고, '기술·공학'과 '자연과학'은 미국 MIT대, '인문학'은 영국 옥스퍼드대가 1위를 차지했다.

영미권 대학의 강세 속에서도 순위를 올린 유럽 대학이 많다. 예를 들어, 기술 공학 분야에서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와 로잔공대는 나란히 지난해보다 한 계단씩 올라 3위, 11위를 기록했다.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도 지난해 22위에서 17위로 올랐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부분 학문 분야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자연과학 분야에서 서울대는 지난해 20위에서 올해 27위, 카이스트는 지난해 40위에서 60위로 하락했다. 고려대(66위→73위), 성균관대(79위→100위) 등도 순위가 하락했다.

◇세부 전공별 상승 대학들

전반적으로 한국 대학들 순위가 떨어졌지만, 선전한 대학들도 있다. 경희대는 호텔경영·레저학에서 지난해 50위에서 올해 37위로 13계단 올랐다. 성균관대는 문헌정보(28위), 재료과학(31위), 화학공학(35위) 등 전공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연세대는 사회정책·행정(40위), 한국외대는 현대언어(45위), 포스텍은 재료과학(45위), 고려대는 현대언어(41위)와 회계·재무(45위) 등 전공에서 50위 안에 들었다.

[어떻게 평가했나] 학계 평가 등 4개 지표로 분석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인 QS는 매년 상반기 '2019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는 인문학·자연과학·공학 등 5개 학문 분야, 48개 학과에 대해 대학 순위를 매겼다. 학과별 순위는 ①학계 평가 ②졸업생 평판도 ③논문 피(被)인용 수 ④H지수 등 네 가지 지표를 이용해 평가했다.

올해 '학계 평가'에는 전 세계 학자 약 8300명이 참여했다. '졸업생 평판도'는 전 세계 기업의 인사 담당자 4만2000여명에게 '어느 대학 졸업생이 우수한가' '그 대학의 어떤 학과 졸업생을 채용하길 선호하느냐' 등을 물어 산출한다. '논문 피인용 수'는 지난 5년간 해당 대학의 학과에서 생산된 논문이 타 논문에서 인용된 횟수를 의미한다. 'H지수'는 교수 개인의 논문 생산성과 영향력을 알아보고자 사용하는 지표다. 교수당 논문 수가 많고 논문 인용 빈도가 높을수록 H지수가 높게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