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들 "성 차별 없는데 現 정권은 여성 중심 정책만"
"세상이 바뀌어 남성은 더 이상 여성을 약자로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군 복무는 아무런 보상이 없는데 이걸 넘어서는 여성 차별이 있다고요?"
30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란 제목의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가 3시간을 넘겼을 무렵 한 참석자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간담회를 주최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 ‘20대 남성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토론회라고 해서 왔는데, 표 의원은 ‘이해해달라’ ‘참아달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며 "여성 중심의 일방적인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듣고 있던 표 의원 언성도 약간 높아졌다. "(민주당이 남성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바꿀 생각이) 왜 없다는거죠? 개선하겠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정부 여당의) 정책 목표는 차별을 없애고 평등하자는 것이고 공정성이 저해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일방적으로 하시는 말씀에 ‘네 하겠습니다’ 라고 해야 하나요? 그건 옳지 않죠." 분위기가 막판에 다시 달아올랐다.
◇20대 남성들 "여성할당제는 남성 차별"
표 의원은 20대 남성들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이 간담회를 열었다. 20대는 지난 대선에서 현 여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그런데 최근 여권 지지에서 이탈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29.4%에 그쳤다. 60대 이상 남성 지지율보다 낮은 수치다. 리얼미터는 "20대 남성은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 아니다. 청년 세대에서 성(性)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간담회에는 20대 뿐만 아니라 10, 30대 남성도 30여명 참석해 정부 여당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남성 참가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의 경제활동 진출을 늘리면 경제가 살아날 거라며 여성할당제를 추진한다"며 "하지만 여성할당제의 경제적 효과는 아직 학계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정부는 도대체 어떤 자료를 보고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건가"라고 따졌다.
다른 남성 참가자는 "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라면서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고 했는데, 20~30대 남성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여성 할당제의 혜택은 주로 (20~30대 남성과 경쟁하는) 20~30대 여성이 받는다"고 했다.
표 의원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여성 정책을 해명하는 데 주력했다. 진선미 장관이 민간기업에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여가부 측으로부터 산업통상자원부나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와 협의가 진행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표 의원은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이 지난 27일 대표 발의한 일명 ‘남녀동수법’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모든 공직선거 후보 공천에 여성을 절반 이상 할당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남성(21)은 "‘남녀동수법’ 발의를 철회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표 의원은 "이 법안은 반대하는 의원이 상당히 많고,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기나긴 시간 동안 축적된 불평등을 바꾸기 위해선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할당제)이 필요할 수 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표창원 "20대 남성, 우리 때와 비슷할거라 착각"
올해 53세인 표 의원은 이날 "저는 남자들이 모두 '(우리 사회가) 여성들에게 너무했다'고 느낄 것이라고 착각했다. 여러분이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모르면서 제가 (학교를) 다닐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착각했다"고 했다.
표 의원은 강연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온라인에서 남녀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직접 목소리를 듣고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간담회를 열었다"며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수의 20대 남성이 합리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박모(36)씨는 "지금 남성들은 여성이 약자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가진 근원적인 불만이 이것"이라며 "그런데 표 의원은 여성이 약자니 참아달라고 이야기한다"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고등학생 백모(17)양은 "표 의원은 과거 여성이 차별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 여성 우대 정책을 이용해 상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여자가 차별받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이유로 남성을 억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남성이 여성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으로만 접근해선 20대 남성의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