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생산을 늘리면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 지위를 탈환했다. 미국이 세계 1·2위 산유국였던 두 나라의 산유량을 추월한 것은 1973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12일(현지 시각) 미국이 올해 초 사우디보다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한 데 이어 올해 6월과 8월에도 러시아의 산유량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EI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산유량은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올해 8월 미국은 매일 평균 약 109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했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일일 산유량은 약 1080만배럴로 1999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추월당했다. 앞서 미국은 올해 2월 사우디의 산유량을 20여년만에 추월했다.
EIA는 미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러시아와 사우디를 뛰어넘는 최대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내년도 예상 일일 산유량은 올해보다 약 60만 배럴 증가한 1150만배럴이다. 애초 국제에너지기구(IEA)와 EIA는 미국의 산유량이 사우디와 러시아를 내년까지 추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게 된 배경에는 새로운 채굴 기술인 ‘수압파쇄법’의 등장이 있다. 수압파쇄법이란 모래와 화학약품을 배합한 물을 이용해 수압으로 퇴적암층에 묻힌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기술이다. 덕분에 미국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석유를 채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텍사스주(州)와 뉴멕시코주에서 수압파쇄법을 이용해 석유를 채굴하고 있다.
불과 2014년만 해도 미국의 원유생산업체들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생산량을 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채굴 기술 발전, 유가 상승 등으로 생산과 투자를 다시 늘려왔다. 지난해 엑슨모빌, 셰브론, 쉘 등 미국의 메이저 석유 기업들은 셰일 개발에 100억달러(약 1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HSBC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텍사스주에서만 하루 560만배럴을 생산해 세계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와 이란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텍사스주에서는 올해 6월 기준 매일 296만배럴의 석유가 생산됐다.
한편 미국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산유량을 추월한 것은 45년만에 처음이다. 소비에트 연방과 사우디에 각각 1974년, 1976년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산유국이었다. AP는 "미국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 대니얼 예긴은 "미국의 산유량이 반등한 것은 세계 유가 상승의 원인이었던 석유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