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26일 법원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몇몇 판사 인사(人事) 때문이다. 인사 공지에는 이연진 광주지법 순천지원 판사가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기조실) 심의관으로 발령 났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권한 남용 논란을 부른 법원행정처의 심의관(평판사) 숫자를 줄이겠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 반대로 인원을 늘린 것이다.
행정처 기조실은 법원 예산·조직을 총괄한다. 대법원장 지시 사항을 직접 처리하기도 한다. 행정처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힌다. 이 판사의 합류로 기조실 심의관은 3명이 됐다. 그런데 3명 전원이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 이 연구회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지 그룹으로 통한다. 김 대법원장은 이 연구회 1·2대 회장이었다. 한 행정처 출신 변호사는 "기조실을 법원 내 특정 서클 회원들로 다 채우는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종교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대체 복무가 국가 전투력에 큰 손실을 가져와 국가 안보를 현실적으로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국내외 역사적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또 같은 해 "군대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한 군형법 조항은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같은 날 공지된 유엔 파견 판사 인사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2년 이상 유엔 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에서 근무하는 이 자리는 파견직 중 판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이번엔 정은영 서울서부지법 판사가 선발됐다. 정 판사도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으로 알려졌다. 정 판사는 2006년 김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같은 재판부의 배석 판사이기도 했다. 대법원 측은 "능력과 업무 적합성에 따른 인사"라고 하고 있지만, 일선 판사 사이에선 "인권법 판사가 아니면 좋은 자리 가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이뤄진 해외 연수 법관 인사도 비슷한 논란을 낳고 있다. 한 해에 판사 60~70명이 1년간 해외 연수를 간다. 연수 업적이 좋으면 기간을 6개월 정도 늘려주는데, 이번에 뽑힌 '6개월 연장 판사' 3~4명이 모두 인권법 회원이라는 것이다.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인권법 판사들이 평판사 요직까지 독식하고 있다"며 "법원판 '하나회' 같다"고 했다. 전체 판사 인사를 총괄하는 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도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