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인기 휴양지 하와이에서 자외선 차단제(선크림)를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산호초를 파괴하는 화학 물질이 포함된 선크림 판매와 유통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데이비드 이게 미 하와이주 주지사는 지난 3일 산호초에 유해한 화학 물질인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함유된 선크림의 판매와 유통을 금지한 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의 효력은 오는 2021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하와이 해변.

이게 주지사는 법안 서명식에서 “하와이 산호초를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한 시작 단계”라며 “기후변화, 육지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로 인한 오염, 외래종의 침입 등에서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다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다.

매년 6000~1만4000톤의 선크림이 산호초 지역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선크림에 포함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는 산호를 하얗게 죽이는 ‘백화현상’을 일으킨다. 하와이의 가장 큰 섬인 빅 아일랜드의 산호초 56%가 백화현상을 보이는 등 산호초 멸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캐나다 글로벌뉴스에 따르면 미국인이 사용하는 선크림의 70%에 두 가지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다.

크레이그 다운스 하이레티쿠스 환경연구소 이사는 “선크림이 해양에 계속 유출되면 하와이 산호초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고, 당신은 진흙과 모래만 있는 황량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우샘프턴대 산호초 연구소도 지난 2017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선크림이 산호초의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며 “아울러 기온 변화, 폐수 유출, 해양 어종 남획 등 문제도 산호초 파괴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앞으로 하와이 해변에서 선크림을 쓰려면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의사의 처방이 있는 경우에는 두 가지 화학 물질이 포함된 선크림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

크리스 리 하와이주 하원 의원은 미 USA투데이에 “이번 조치는 하와이의 산호초와 해양∙관광 산업, 생활 방식 등을 다음 세대로 넘겨주는 데 필요한 일이다”며 “우리의 시간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구하기 위해 지도자들이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크림을 사용하지 못하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돼 피부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글로벌뉴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