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사건을 기점으로 햄버거는 미·북 관계의 주요 매개체가 됐다. 이달 12일 열릴 예정인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햄버거 오찬’ ‘콜라 건배’ 등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평양에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 1호점이 들어설 수 있다는 미 정부의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외신들은 평양에서 햄버거는 이미 “역사가 깊은 인기 외식 메뉴”라고 3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날 “평양 시내 중심가에서는 ‘고기겹빵’이라고 불리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중국제 코카콜라를 파는 가게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패스트푸드 ‘삼태성’은 2009년 평양에 체인점을 열었다.

고기겹빵은 ‘빵 두개 사이에 고기가 끼어 있다’는 의미로 2000년 10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간부들에게 “세계적으로 이름 난 고급 빵(맥도날드)이 있는데, 우리식으로 생산해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게 베이징에 가서 맥도날드 대표 메뉴인 ‘빅맥’을 사오라고 할 정도로 햄버거 애호가였다.

김정일 위원장은 당시 “나라살림이 어려워도 새 세대는 튼튼하게 키우고 싶다”며 햄버거 공장을 지었고, 김일성 대학과 김일성 고급 당학교 등에 햄버거를 급식으로 제공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서 양산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간편식이었던 셈이다.

공장에서 만든 고기겹빵이 간단한 한끼 때우기용 음식이라면, 해외 브랜드 햄버거는 고급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평양에는 이미 해외 패스트푸드 체인점도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2009년 평양 금성네거리에 ‘삼태성’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싱가포르 체인점에서는 햄버거와 치킨을 판다. 인기 메뉴가 2000~5000원 선으로 비싼 편이지만, 평양 주민들의 자녀 생일 잔치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전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요리사를 중국에 보내 맥도날드 ‘빅맥’을 사오라고 할 정도로 햄버거를 좋아했다.

맥도날드도 2008년 북한에 체인점 유치를 시도한 바 있다. 맥도날드 해외사업팀에 따르면 북한의 한 사업가가 맥도날드 매장의 북한 진출을 모색했지만, 열악한 통신과 유통망, 수요 부족 때문에 무산됐다. 이 때문에 북한 고위층은 고려항공기를 타고 중국에 건너가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오기도 한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5월 초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평양에 맥도날드 1호점을 개설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FA은 “미국 햄버거 체인점의 북한 진출은 다른 민간 자본 진출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전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햄버거를 좋아할지는 미지수다. 뉴스위크는 “김정은은 스위스 유학 시절 치즈와 스위스식 감자전 등 서양 음식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RFA는 “만약 맥도날드 매장이 북한에 진출한다면, 해외 브랜드의 햄버거를 사 먹을 수 있는 부유층과 관광객이 많은 평양과 신의주, 나선, 원산 등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