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초 삼양식품이 내놓은 '마라불닭볶음면'이다. 유튜버들이 심심하면 제 입에 넣거나 서양인에게 맛보이며 SM 영상을 찍어올리는, 그 '불닭볶음면'의 후속작이다. 현재는 중국에서만 판매 중이라 한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중국에선 한류(韓流) 영향으로 간자체(簡字體)보다 한글 적힌 상품이 인기있어 한국어로 포장지를 적었지만, 철저히 중국인 입맛을 겨냥해 만든 상품이라 아직 국내엔 내놓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청양고추보다 두 배 맵다고?
그런데 이 와중에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마라불닭볶음면이 역대 불닭볶음면 상품군 중 가장 매운 '핵불닭볶음면'보다 두 배 맵다는 내용이다. 핵불닭볶음면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정판매된 상품으로, 스코빌 척도(SHU·Scoville Heat Unit)가 8706 SHU에 달했다. 청양고추 SHU가 대략 4000에서 8000사이니, 웬만큼 매운 청양고추 맛을 뛰어넘는 셈이다.
마라불닭볶음면이 핵불닭볶음면보다 두 배 맵다면, SHU가 1만7000 정도까지 이른다는 소리다. 지난 2014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춧가루와 김치의 매운 정도를 나타내는 표준 규격을 발표했는데, 이 중 최고등급인 '매우 매움'이 캅사이신 함량 1000ppm으로 SHU 1만5000 정도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유통되는 고춧가루 중 2% 정도만이 이 범주에 든다고 밝혔다. 혀와 내장이 잘려나가는 고통이 온다는 인도 원산 고추 '부트 졸로키아(약 100만 SHU)'나 미국산 고추 '캐롤라이나 리퍼(약 220만 SHU)'보다야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한반도 영역 내에선 극상위권에 드는 수준의 매콤함이라 볼 수 있겠다.
#실은 가짜 기사
하지만 이는 헛소문이었다. 신작 마라불닭볶음면은 도리어 핵불닭볶음면보다 훨씬 덜 매운 상품이라 한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마라불닭볶음면 SHU는 약 4400 정도로 불닭볶음면과 거의 같고 핵불닭볶음면의 절반 수준"이라며 "다만 한국인이 좋아하는 달달하고 부드러운 매운맛보다는 산초나 초피 등의 매운 맛인 맵고 얼얼하고 알싸한 '마라(麻辣)'함을 강조한 제품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맛엔 같은 SHU라도 더 맵게 느껴질 수는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 기사는 무엇일까. 글쓴이 확인 결과 이 내용이 담긴 실제 기사는 찾을 수 없었다. 보이는 건 저 캡처 사진 뿐이었다. 가짜 기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따봉을 갈구하는 페이스북 계정에선 아무 확인 없이 저 사진을 열심히 굴리고 있었다. 물론 근거도 없이.
#선택은 자유
아무튼 마라불닭볶음면이 아직 국내에선 팔리지 않는 상품이다 보니, 해외 직구를 거쳐서라도 사들이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저 강렬한 매운맛에 이끌린 거라면, 애써 구할 필요까진 없을 듯하다. 삼양식품 설명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불닭볶음면과 매운맛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산초(山椒) 특유의 얼얼한 매운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직접 사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하지만 그저 이 상품이 얼마나 매운지 궁금할 뿐이라면, 불닭볶음면을 사먹거나 유튜브에 널린 '마라불닭볶음면 먹방' 영상을 보는 게 효율이 더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