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에 사는 직장인 조철현(42)씨는 작년 11월 말 가로 60㎝짜리 어항을 장만했다. 열 살짜리 아들이 열대어를 키우고 싶다고 조른 탓이었다. 거실에 어항을 설치한 조씨는 어항 구매처에서 가르쳐준 대로 어항 바닥에 비료와 흙을 깔고 수초 2종류를 먼저 심었다. 그런데 물을 채운 뒤 관상용 물고기를 들여놓지 않고 수초 몇 종류와 풍경석만 더 사들였다. 조씨는 "처음 계획대로라면 열대어 십여 마리를 키웠겠지만 수초만으로도 정말 아름답다"며 "녹색 잔디처럼 바닥에 가득 깔린 수초를 보면 작은 숲을 거실에 옮겨놓은 것처럼 마음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열대어나 관상용 물고기를 기르기 위해 쓰이던 어항이 수초항으로 변신하고 있다. 수조 전체를 수초로 꾸미고 물고기를 아예 키우지 않거나 최소량만 키우는 것이다.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키우면 매일 먹이를 주고 배설물을 치워야 하는 등 관리가 필요한데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서울 신내동에서 관상용 열대어를 키우다 수초항으로 바꿨다는 직장인 최현정(33)씨는 "물고기를 키울 때 혹시라도 물고기가 죽을까 염려되고 죽은 물고기를 건져낼 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다"며 "수초항으로 바꾼 뒤엔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수초항이라고 해서 어항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건 아니다. 수초 색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수초 전용항, 수초항용 조명까지 들여놓으면 오히려 어항보다 더 많은 값을 치러야 한다. 수입종이거나 색깔이 특이한 수초의 경우 1촉에 10만원이 넘는다. 주먹만 한 조경석도 모양이 독특한 것은 가격이 수십만원까지 치솟는다.
수조 안 조경 방식도 여러 가지 등장했다. 특히 일본의 이와구미 배치법이 국내에서도 인기다. 수조 안에 돌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방식이다. 돌뿐만 아니라 나무로 균형에 맞춰 큰 틀을 잡고 그 위에 수초를 촘촘하게 활착시키는 방식도 인기다. 재작년부터 수초항 내 배치법 강좌가 개설됐고 수조 풍경 연출 대회인 '아쿠아 스케이프' 대회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수초항 레이아웃을 전문적으로 하는 울산 피시하우스 김형동 대표는 "물고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수초항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