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핵심 '돈줄'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민주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시사했다.
형인 찰스 코크는 24일(현지 시각) ABC방송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공화당의 경선 주자들보다 더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질문은 코크가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기간을 비교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클린턴 정부가 부시 정부보다 낫다. 정부의 크기와 지출 증가 측면에서 본다면 부시 정부가 클린턴 정부보다 2.5배 높다"고 지적하자 나온 것이었다. 코크는 "힐러리를 지지할 것이냐"는 직설적 질문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렇게 되려면) 힐러리의 행동이 지금의 말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우리가 믿어야 한다. 일단 그 정도만 말하겠다"고 했다. 조건만 맞으면 지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억만장자 석유 재벌인 코크 형제는 그동안 '작은 정부론'을 주장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복지 확대 정책 등에 반기를 들어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 공화당을 위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고 했는데, 힐러리 지지로 돌아서면 공화당으로서는 '돈의 전쟁'에서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코크 형제의 '변심'은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실망한 탓으로 보인다. 찰스 코크는 같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발상이 "독일 나치 정권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크 형제가 지지 가능성을 열어놓은 힐러리는 정작 자신의 트위터에 '기후과학(기후변화 가설과 대응 필요성)을 불신하고 투표하는 것을 더 힘들게 하려는 사람의 지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크 형제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에게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제공하고, 기후변화 관련 입법을 막기 위해 수년간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