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계부정 도시바 구조조정에 직접 개입
가전은 샤프와 통합, 원전은 히타치GE 제휴 검토
의료기기 부문 매각...소니 캐논 후지필름 '관심'

일본 정부가 대규모 회계부정으로 논란을 일으킨 도시바의 구조조정 작업에 직접 나선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민관합작펀드 산업혁신기구(INCJ)는 도시바의 백색 가전부문을 샤프와 통합하고, 원전사업은 일본 대기업에 매각하도록 할 계획이다. 도시바는 자구책의 일환으로 우량 사업 부문인 의료기기 자회사 매각에 나섰다.

대규모 회계부정으로 논란을 일으킨 도시바의 구조조정에 대해 일본 정부가 지원에 나섰다

INCJ는 도시바 백색가전 부문과 샤프 가전부문을 통합한 신설회사에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시바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가전과 PC부문 적자가 확대되며 지난 9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 상반기(4월~9월) 영업손실이 904억 엔(약 8471억원)을 기록했다.

경제산업성은 원전사업 구조조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보유한 원전은 크게 가압경수로(PWR)와 비등경수로(BWR)로 나뉜다. 경제산업성은 PWR에 자원을 집중하고, BWR은 타 업체와 제휴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BWR는 냉각재인 경수에서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는 원자로로 열효율이 높지만 안전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12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은 BWR형이다.

BWR형 제휴가 거론되는 업체로는 일본 히타치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합작해 만든 히타치GE다. 히타치GE는 주로 BWR 개발과 제작을 하고 있다.

도시바는 자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의료기기 자회사인 도시바 메디칼 시스템즈 매각을 추진 중이다. 도시바메디칼은 도시바가 100% 출자한 회사로, 지분 51%가 매각 대상이다. 도시바는 이르면 2월 중 입찰을 실시하고 3월 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도시바메디칼의 매각 금액은 수 천억엔 규모로 알려졌다. 의료 관련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시장의 관심이 높다. 현재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후지필름, 소니, 캐논, 영국 GE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라비츠로버츠(KKR)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메디칼은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와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제작업체로 일본 영상진단기기 시장 점유율 28%로 1위업체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12%에 이른다. 도시바 헬스케어 사업은 지난해 연결 실적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도시바 임원진이 대규모 회계부정을 일으킨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도시바는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7년여간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지난 5월 드러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5월 이후 주가는 반토막 났고 최근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도시바의 내년 3월 결산 적자는 사상 최대인 5500억엔(약 5조37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자기자본도 4300억엔(약 4조2000억원)을 기록, 전분기 대비 6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무로마치 마사시(室町正志) 도시바 사장은 지난 9월 자체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사업 구조조정을 내년 3월 말까지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