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헌·사회부

채동욱 검찰총장은 14일 오전 긴급하게 "수사 자료가 대외적으로 유출되는 심각한 사태가 발생해 대검 감찰본부에 유출자가 누구인지 밝히기 위한 특별 감찰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총장의 이 지시는 이날 본지가 선거법 위반에 적용된 국정원 댓글 67개 전문(全文)을 담은 문서를 입수해 단독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채 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들을 불러 불같이 화를 내며 감찰을 지시했다고 한다.

두 달 가까이 국정원 사건 수사를 지켜본 기자는 채 총장의 이런 지시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채 총장은 원세훈 전 원장 처리를 둘러싼 검찰 내 갈등과 이견(異見)이 언론에 잇달아 보도되자 지난 4일 간부회의에서 "검사는 수사의 최종결과로 인정되는 사항을 공소장과 불기소장으로만 말한다"면서 입단속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기로 수사팀이 만장일치 결론을 냈다는 검찰발(發) 보도가 몇 개 언론에 일제히 나왔다. 기자들 사이에선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는 데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는 선거법 적용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던 황교안 법무장관이 선거법 적용을 막고 있다는 '외압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채 총장은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감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채 총장은 선거법 적용을 주장하는 같은 특수통인 윤석열 팀장 등 수사팀을 집으로 초대해가며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던 채 총장이 본지가 취재를 통해 일부 수사 결과를 보도하자 갑작스레 특별 감찰을 지시했다. 이 지시는 검찰이 필요에 따라 유리한 정보를 언론에 슬쩍 흘리는 것은 괜찮고, 검찰에 불리할 수도 있는 댓글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감찰 대상이 된다는 논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국정원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중대 사안으로 국민적인 관심사다. 그래서 검찰이 언론을 통제·견제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도 굳이 특별 감찰을 하는 것은 그만큼 아픈 곳을 찔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