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격 불허… 만에 하나 제2 연평도 사태땐 '대선 北風' 판단

입력 2012.10.23 03:02 | 수정 2012.10.23 16:26

[대북전단 살포 첫 원천봉쇄 왜?]
파주시의원·이장들 나올 정도로 전례없는 반발
대선 앞두고 北의 실제 도발 가능성도 배제 못해

군과 경찰이 22일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은 것은 청와대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벽까지만 해도 경찰과 군, 통일부 등은 임진각 부근의 민간인 전면 출입 통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통일부는 담당 국장을 임진각에 급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오전 8시쯤 전단 살포를 막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경찰은 오전 8시 40분부터 임진각으로 연결되는 길목을 통제했다.

임진각 전단 살포 봉쇄에 항의… 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자유로 당동IC 부근에서 경찰이 탈북자 단체 차의 임진각 진입을 통제하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임진각 전단 살포 봉쇄에 항의… 22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자유로 당동IC 부근에서 경찰이 탈북자 단체 차의 임진각 진입을 통제하자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항의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청와대는 이같은 조치를 취한 이유를 크게 3가지로 설명했다.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이 전례 없이 심해 남남(南南) 갈등이 우려됐고, 북한군의 실제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으며,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주민 반발 전례 없이 강했다"

청와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임진각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전례 없이 강했다고 한다. 전단 문제로 북한이 어떤 형식이든 도발할 경우, 생계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임진각 주민과 탈북자 단체 간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경찰 보고가 있었기 때문에 '주민과 단체를 격리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오늘) 비가 오는 상황에서 자칫 인명 사고가 날 수 있으니 (경찰에) 철저히 대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군 최전방 포병 부대는 이번 '임진각 타격' 협박을 전후해 자주포와 견인포를 사격 위치에 배치하는 등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군사적 타격"을 구체적으로 위협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강화도에 가서 전단 날려…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역사박물관 앞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고 있다. /자유북한방송 제공
강화도에 가서 전단 날려…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22일 오후 인천시 강화군 강화역사박물관 앞에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고 있다. /자유북한방송 제공
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단을 조용하게 날리는 단체도 많다"며 "이번 탈북자 단체처럼 '쇼'를 하며 (전단을) 보내려는 것은 결국 '남남 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 술수에 휘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부는 전단 살포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며 이목을 끌려는 탈북자 단체와는 갈등을 빚어왔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청와대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만에 하나 불필요한 남북 간 긴장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평도 트라우마'인가

이날 정부 안팎에선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북한 협박에 대한 정부 대응이 달라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사건의 대응 조치로 공언했던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도 연평도 포격 이후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전단 살포를 막은 것도 "'연평도 트라우마'의 연장선으로 보인다"(국책연구소 연구원)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2년 전 연평도 도발을 앞두고 '확성기 조준 타격' '삐라 물리적 타격' 등의 협박을 했다"며 "그러나 당시에는 북한이 정말 남한 영토에 포탄을 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도발은 북한이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우리 영토에 포격한 첫 사례다.

군 당국은 작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여의도 순복음교회와 한국기독교 군 선교연합회 등이 요청했던 경기도 김포 애기봉 등 총 3곳의 성탄 트리 등탑 점등(點燈)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북한은 "(애기봉 등탑 점등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 경우 그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북한은 올해에만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전단을 두 차례 살포했다. 을지프리덤가디언 (UFG) 훈련을 앞둔 지난 7월에 이어 지난달에는 우리 군의 종북(從北)세력 실체에 대한 교육을 비난하는 전단을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반면 우리 군의 대북 전단 살포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대북 전단 살포를 계속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탈북자 및 보수 단체가 전단 살포의 시간·장소를 공개하고 북한이 이에 대한 '타격'을 공언하는 상황이 반복될 경우, 정부가 더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찬반토론] 임진각 전단 살포 무산, 다행이다 vs. 강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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