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PC방, 멀티방, 게임방, 플스방, 키스방, 안마방…. 대한민국에 퍼져 있는 수많은 '방(房)'들 가운데 낯선 이름이 하나 있다. '마작방(麻雀房)'이다.

마작방은 조류 감상 마니아였던 공자(孔子)가 창안했다는 마작을 즐기는 공간이다. 마작(麻雀)은 중국어로 참새를 뜻한다. 패 흔드는 소리가 참새가 짹짹대는 소리를 닮아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 속을 들여다봤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마작방은 3년 전에 생겼다. 보드게임방을 운영하다가 장사가 안 되니까 마작방으로 업종을 바꿨다. 장사는 잘된다. 청소년부터 장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마작패를 흔들고 있었다.

앳된 얼굴의 소년이 "리치(立直)!"라고 외치며 1000점짜리 점수판 하나를 바닥에 내려놨다. 리치는 원하는 패를 쥐거나 상대방이 그 패를 버리면 화료(和了·완성패를 만드는 것)'해서 이기게 된다는 공격 선언이다. 마작을 하는 사람들은 "앉아서 하는 것 중 제일 재밌다"고 주장한다. "돈을 걸고 하면 세간을 거덜낼 정도로 미쳐버리게 된다"는 말도 있다. 중국·한국·일본 세 나라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은 주로 일본식을 즐긴다.

영화 ‘색, 계’의 한 장면. 침침한 조명 아래 뿌연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마작을 즐기는 이국적인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마작을 배우고 즐길 수 있는 ‘마작방’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4명이 136개의 패를 나눠 가진 뒤 규칙에 따라 완성된 패 조합을 만들면 이기는 식이다. 송파구의 마작방 내부에는 전동마작탁자가 7개 있었다. 대국이 끝나면 패를 섞는 등 다음 대국 준비를 기계가 해주는 탁자다. 모두 일제다.

마작방 주인에 따르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전동탁자는 300여개. "대부분 뒷골목 '하우스'에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 쓰지 않는 구식이다. 그는 "일본엔 마작방이 한국의 PC방만큼이나 많다"고 했다.

마작방에는 일반 탁자까지 합하면 대국 탁자가 10여개 있었다. 평일 오후지만 탁자 세 군데에서 대국이 진행 중이었다. 모두 남자였다. 이 마작방 인터넷카페 회원 수는 2800명 정도다. 이용료는 평일 6000원에 주말에는 입장료와 게임비를 낸다.

"지금은 사람이 적은 편이에요. 주말엔 테이블이 꽉 찰 때도 있어요. 여름에는 지금보다 훨씬 붐볐고요. 10대들은 '사키'라는 일본 마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찾아 온 경우도 많았어요. 가끔 여자들도 오긴 해요."

동작구에 있는 마작방은 5년 됐다. 인터넷 동호회 회원 수는 3000명 정도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회원 정기 모임이 열린다. 월말에는 '명인전'이라는 이름으로 마작방 대회도 연다.

전동마작탁자 1개에 일반탁자까지 탁자가 10개 정도다. 24시간 운영한다. 이용료는 하루 5000원. 야간에 주인이 퇴근하면 회원들이 마작을 하며 가게를 관리 하기도 한다.

주인이 마작 강습을 해줬다. 20분이 넘게 마작 치는 법, 기본 용어 등을 설명했다. "마작판이라는 게 조합에 따라 30가지가 넘어요. 손님이 혼자 공부를 열심히 하셔야 돼요. 일단 쳐봐요. 원래 치면서 배우는 거잖아요?"

송파구의 마작방 주인이 말했다. "마작의 단점은 딱 하나예요. 너무 재밌어요. 절대로 돈을 걸고 하면 안 돼요. 돈 내기를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저도 '역만(마작의 완성패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패)'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말이 안 나오고 숨이 멎을 정도였거든요. 돈 걸었으면 완전히…. 절대 못 끊어요." 한 마작 마니아는 "어떤 곳은 주인들이 퇴근하면 실제 돈을 건 마작판이 벌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