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6년 12월 20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만났던 자리에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이었던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동석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한 전 총리를 만난 것은 임명 절차가 진행 중이던 석탄공사 사장 자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고, 이 오찬 모임 뒤 따로 남아 한 전 총리에게 2만달러와 3만달러가 든 봉투 2개를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석탄공사는 정 대표가 장관을 맡고 있던 산업자원부 산하 공기업이고, 다른 동석자인 강동석 전 장관은 곽 전 사장의 고교 2년 선배로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냈다.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일이지만, 그 오찬 자리가 곽씨를 위한 인사청탁 자리였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정 대표는 이날 당 대변인을 통해 "이 오찬에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의 발언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곽씨는 그 오찬 모임 후 석탄공사 사장 최종 후보 3배수 안에 포함됐다. 곽씨는 2007년 1월 석탄공사 사장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대신 두 달여 뒤 역시 산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자회사 ㈜남동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곽 전 사장은 석탄공사나 한전 관련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석탄공사 사장 후보 최종 3배수 안에 포함됐고, 여기서 떨어지자 곧바로 한전 자회사 사장에 임명된 것이 인사 청탁 없이 가능했을지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이상한 일이다.
지금 한 전 총리측과 민주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 전직 총리·장관 등이 모여 연일 이 수사를 "정치 공작"이라고 하고 있다. 심지어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향해 "폐간하라"고 한다. 한 전 총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내가 인생을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오찬에 총리, 민원인, 주무 장관, 민원인의 고교 선배가 모였었고, 그 주무 장관은 "정치 공작"을 외치는 민주당의 대표라니 놀랍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다.
21일에도 민주당에선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정치적 사건이라 즉답하지 않겠다는 입장" "야당에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검찰의 논리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을 거부했다. 정 대표가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한 전 총리 측도 금품 수수에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그 오찬에서 인사 청탁이 오갔는지 여부에 대해선 "재판에서 밝힐 것"이라고만 하고 있다. 전직 총리와 제1야당 대표답지 않다고 할 수밖에 없다.
입력 2009.12.21. 22:12업데이트 2009.12.21.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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