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비키세요!"

인도 뭄바이 시내에선 점심 때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하얀 토피(인도 전통모자)를 쓴 사나이들이 조그만 '원통'들을 자전거에 싣고 어딘가로 쏜살같이 가는 모습. 머리 위에 수십 개의 원통을 이고 달려가기도 한다.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꾼인 '다바왈라(Dabbawalla)'들이다. 직장인들이 집에서 만든 음식을 직장으로 배달해 먹는 것이다. 원통은 '티핀'이라 불리는 도시락통.

다바왈라들은 수많은 점심 도시락을 배달하지만, 배달장소와 시간이 거의 틀리지 않는다. 하루에 17만5000~20만개의 도시락을 4500~ 5000명의 다바왈라가 배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600만 개 배달에 행선지가 잘못된 '배달 사고'는 단 1건이었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99.9999%가 넘는 엄청난 정확성이다.

미 CBS 방송은 21일 그 비밀이 다바왈라 배달의 '단순성'에 있다고 보도했다.

다바왈라들은 문맹이거나 교육 수준이 낮은 이들이 많다. 그래서 애초에 글자가 아니라, 원통도시락에 붙인 색깔 코드로 행선지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특정 색은 특정 건물이나 역을 뜻한다. 글자로는 잘못 보거나 착각할 수 있는데, 색깔로는 거의 틀리지 않는다고 한다. 한 도시락이 애초 집에서 직장인에게 최종 배달되기까지 평균 4명의 다바왈라를 거치지만, 이 단순성 덕분에 정확성이 유지된다.

또한 다바왈라들은 주문자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바왈라를 고용하는 배달업체들은 최종 배달지엔 그 지역 지리에 훤한 토박이를 쓴다. 때문에 도로의 어디가 복잡하고 언제 막히는지 너무나 잘 안다.

게다가 다바왈라 업체의 조직 구조는 '사장-중간관리자-다바왈라'로 3단계에 불과하다. 그만큼 명령이 하급자에게 전달될 때, 실수를 범할 가능성도 적다. 서구의 경영대학원들에서는 다바왈라를 성공경영의 케이스로 연구하고 있을 정도다.

다바왈라는 인도의 고유 문화는 아니다.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 음식먹기를 꺼려 했던 영국인들이 음식을 집에서 직장까지 하인을 시켜 가져오던 문화에서 비롯됐다. 사업 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19세기 말의 일. 그러나 이제는 인도 뭄바이 직장인들의 보편적인 점심 문화로 자리잡았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바왈라 산업이 매해 5~10% 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