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방부·외교부 장관 등 국가 원로들의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작통권) 단독 행사 반대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직 경찰 총수들의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중단 촉구 시국선언장의 분위기는 비장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하게 센 전직 경찰 간부들은 때로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느린 걸음을 옮겼지만 목소리만큼은 결연했다.
사회를 맡은 조석봉(趙石奉) 전 강원도지방경찰청장은 "국가 안보와 치안을 맡아 평생을 바친 우리 경찰은 그동안 정부 현안에 대해 국가의 기틀이 흔들리지 않는 한 우호적인 자세를 지켜 왔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비상 시국이기에 한·미동맹 파괴 음모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직 경찰 총수 대표로 시국선언문을 낭독한 정상천(鄭相千) 전 치안국장은 "국가 정체성과 안보를 공고히 다져야 할 정부가 오히려 앞장서 한미연합사 해체를 추진하려고 하는 데 대해 침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효은(金孝恩) 전 경찰청장은 "70살이 넘은 우리가 더 이상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며 "다만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경찰로서 작금의 현실이 너무 답답해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전 청장은 또 "대통령은 '개가 짖지 않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개가 돼서라도 짖어야겠기에 나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반대 선언에는 현재 생존해 있는 전직 경찰 총수 30명 중 26명이 참여했다.
서명하지 않은 전직 총수는 단 4명이다. 이영창(李永昶·재임기간 1986년 1월 21일∼1987년 5월 27일), 김우현(金又鉉·〃1989년 5월 4일∼1990년 6월 20일), 김세옥(金世鈺·〃1998년 3월 9일∼1999년 1월 11일), 이팔호(李八浩·〃2001년 11월 9일∼2003년 3월 21일)씨 등이다.
이 중 이영창·김우현 전 치안본부장은 와병 중이어서 서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 서명과 관련해 실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김효은 전 경찰청장은 "두 분은 중병으로 의식이 제대로 없는 상태여서 서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명에 불참한 김세옥 전 경찰청장은 현재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DJ정부와 현 정부 초기에 걸쳐 경찰청장으로 재직했던 이팔호씨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취지에 동조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 서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통권 성명' 치안감급 이상 전직 경찰간부 명단 ◆전직 경찰총수=조흥만(曺興萬) 이소동(李召東) 박태원(朴泰元) 정상천(鄭相千) 정석모(鄭石謨) 최석원(崔錫元) 박현식(朴賢植) 김성주(金聖柱) 손달용(孫達用) 염보현(廉普鉉) 유흥수(柳興洙) 안응모(安應模) 이해구(李海龜) 박배근(朴培根) 강민창(姜玟昌) 권복경(權福慶) 이종국(李鍾國) 이인섭(李寅燮) 김효은(金孝恩) 김화남(金和男) 박일용(朴一龍) 황용하(黃龍河) 김광식(金光植) 이무영(李茂永) 최기문(崔圻文) 허준영(許准榮) 등 26명 ◆전직 치안정감=안병욱 이필우 여관구 이승환 김형진 이근명 홍명균 구본우 홍세기 이균범 이강종 남상용 유래형 박용전 정진규 최재삼 정용득 최영덕 김종우 서성근 윤병무 윤정원 이병곤 이원화 정해수 등 25명 ◆전직 치안감=김재국 김종호 문원태 박수영 박진석 박희원 배희선 유봉안 전병용 조석봉 천기호 현성일 박재신 이수영 이현태 최홍규 이종선 김명수 이병주 등 19명 ((전직 치안감급 이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