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난 28~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6자 회담 미·북 수석대표 회동에서 지금까지 북한이 들어보지 못한 긍정적인 제안들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우리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30일 밝혔다.

이 당국자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북한이 핵 폐기와 관련해 ‘조기 수확(early harvest)’ 단계에서 취해야 할 이행 조치와, 관련국들의 그에 상응하는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베이징서 만난 남과 북.북핵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왼쪽)과 우리측 천영우 대표가 3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당에서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는 미국측의 제안 내용과 관련,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일 대표가 협의한 것을 제시했다”면서 “북한으로서는 공식 제안으로는 처음 들어본 것이 있어 ‘충분히 검토해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안에는 부시 대통령이 밝힌 한국전쟁 종식 선언과 에너지와 경제 지원, 체제보장을 위한 미·북 관계 정상화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진지하게 얘기하고 강한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톤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았나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담 재개 시기와 관련, 그는 “미국측의 제안에 대해 북한이 1주일 내에 회답을 하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등이 있어 기술적으로 연내 재개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이날 베이징 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12월 안에 6자 회담이 개최되길 희망한다”고 전제한 뒤, “날짜보다는 회담 성공에 더 관심이 있으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회담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계관 부상은 이날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평화교섭본부장과 베이징의 한 중국식당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의 유훈”이라면서도 “일방적인 핵 포기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