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사태와 6자회담

28일부터 베이징에서 이틀간 열린 미·북 회담은 여러 면에서 이전의 회담과는 달라 앞으로 북핵 6자회담의 미래를 가늠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북한은 지금까지 열렸던 어떤 6자회담에서보다 더 깊은 얘기를 나누었다.

사실상 양자회담 형식으로 북핵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북은 양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3자 대좌 형태로 이틀에 걸쳐 약 15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북핵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망라한, 사실상 6자회담”이라고 평가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결판을 내겠다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그러나 회담이 끝난 뒤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런 설명이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가 “북한과 미국, 중국 등 3국의 6자회담 대표는 가능한 한 조속히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힐 차관보는 28일 밤 회담이 끝난 후 밤이 깊도록 주중 미국대사관저에 머물렀다. 29일 회담을 마친 상태에서도 기자들에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힐 차관보는 그동안 어떤 회담에서도 언론을 피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만은 예외적이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북한이 베이징에서 만나 6자회담 재개를 합의한 직후 성명을 발표했었다.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 도착한 28일에도 “쟁점이 너무 많다” “당당한 지위에서 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었다. 김계관 부상은 이번 회담이 끝난 뒤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힐 차관보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단순한 핵 동결을 넘어서 즉각 핵 폐기 절차에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핵 시설 신고의 이행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부상은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9·19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보다 더 큰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