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을 따라 그렇게 가다 보면 낮은 바람 부는 마을, 별을 지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부산 연제구 거제4동 앞에는 동해남부선 철도가 지나간다. 이 철도 변 벽에 그림과 함께 쓰여져 있는 시(詩)의 한 구절이다. 거제4동 주민들은 이 철길을 따라 1㎞ 가량 뻗어 있는 왕복 2차로인 해맞이길을 오가며 서로에 대한 정을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동네를 위한 3800여 세대 주민들의 협력도 이 해맞이길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29일 오후 해맞이길. ‘우리의 어려운 이웃, 우리의 사랑으로 극복’이라는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었다. 주민 중에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돕기 위해 한달에 5000원 이상 성금을 내거나 무료봉사활동에 참여할 주민을 모으는 것이다. 신청서는 지난 27일 1차로 400장이 뿌려졌다.

거제4동 주민자치위원회 박경성(55) 위원장은 “신청을 받은 지 2~3일 정도 지났는데 200만~300만원 가량 성금이 확보됐다”면서 “생각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높아 시간이 지날 수록 많은 분들이 힘을 합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4동 주민들의 이웃과 지역에 대한 애정은 해맞이길을 함께 가꾸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해맞이길과 나란히 뻗어 있는 철로 변 담벼락이 더러워진다 싶으면 대대적인 청소를 함께 한다. 철로 변 담벽에는 바다 위에 떠가는 돛단배, 숲 속의 집, 상모 돌리는 청년들 등 형형색색의 그림이 50m 가량 펼쳐져 있다. 힘을 합쳐 물을 뿌리고 먼지를 닦아내면서 화합을 다진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 그림들이 회색 일변도의 해맞이길을 환하게 해 주는 것으로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또 철로 변 담벽을 없애고 200m 가량은 화단을 만들어 초록 나무를 심었고, 해마다 봄이면 각종 꽃을 심어 삭막한 철로 주변 동네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해맞이길을 중심으로 한 마을 꾸미기는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올해 초에는 마을 뒷산이라고 할 수 있는 화지산 일대에 꽃동산을 조성했다. 덕분에 계성정보고, 부산정보고, 거성중, 거제여중, 거제초등학교 학생들은 꽃동산을 보며 학교를 오갈 수 있다. 이 꽃동산도 매월 3째 주 일요일마다 주민들이 모여 관리한다.

부녀회 정희경(50) 총무는 “함께 봉사 활동을 하기 전에는 저 자신 조차도 마을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주민들이 함께 봉사를 하자 서로를 더 알게 되고 각종 마을 일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동사무소에서 마련하고 있는 각종 문화 강좌를 수강하는 주민들도 반드시 할당된 마을 가꾸기 지역에서 봉사를 하도록 했다.

그래서 강좌 이름도 ‘댄스스포츠와 사랑길 가꾸기 교실’ ‘단전호흡과 꽃동산1호 가꾸기 교실’ ‘사군자와 스쿨존 가꾸기 교실’ ‘한지공예와 체육공원 가꾸기 교실’ ‘서예와 경로당 가꾸기’ 등으로 바꿨다. 수강신청서에 자신이 가꿔야 하는 지역이 기재돼 있는 것이다.

거제4동사무소 서대석(33) 주민자치센터 담당은 “강좌를 수강하는 주민들이 일정 기간 지나면 바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마을을 위해 봉사하게 된다”면서 “주민들이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25명과 동장, 동사무소 관계자들이 모여 보다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하고, 지역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