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 한미 안보협의회, 전시 작전통제권, 북한 핵실험

제38차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전작권) 단독행사 시기에 대한 한미 간 이견으로 합의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마라톤 회담 끝에 합의에 도달한 것은 양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통권 단독행사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군 안팎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번 SCM에서 시기 합의를 추진해왔다. 미국은 2009년 조기이양 방침을 밝힌 뒤 북한의 핵실험과 무관하게 작통권 이양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소식통들은 특히 이번 시기 합의엔 우리보다 미측이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이번 SCM에서 전례 없이 회담 시간을 저녁까지 연장해가면서 작통권 단독행사 시기에 합의한 것은 우리 정부 수뇌부의 의지도 있었지만 미측의 강경한 입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미측은 협상 과정에서 “이번에 이양 시기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공동성명을 내지 못해 회담이 사실상 결렬될 것”이라는 ‘최후통첩성’ 카드도 꺼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2009년 이양’ 입장을 고집하다가 회담 전날 ‘2011년10월1일’ 안(案)을 전격 제시, 한국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과 이상희(李相憙) 합참의장 등이 2012년을 고수하며 이번 SCM에서 합의하지 않고 좀 더 시간을 갖고 협의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미측은 ‘2012년1월1일’ 안을 다시 제시하며 한국측에 합의를 종용했고 결국 우리측도 종전 ‘2012년10월1일’ 안에서 후퇴, ‘2012년3월15일’ 안으로 타협을 봤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 실무자들은 “이번에 시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오해를 살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측에 ‘호소’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미측이 왜 이렇게 완강한 입장을 고수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측은 공식적으로는 연합사 해체 방침이 결정된 이상 시기를 확실히 해놓아야 공백과 동요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측이 연합사 존재가 한국 내에서 주권을 침해하는 존재인 것처럼 정치적으로 오도(誤導)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한국 내 반미(反美)감정의 화근을 없애버리자는 판단 아래 속전속결로 추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2년 대통령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교훈 삼아 내년에 치러질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미국이나 주한미군이 쟁점이 되는 일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듯하다는 것이 한 전문가의 진단이다.

또 미국의 세계전략과 미군 재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이 연합사 굴레에서 벗어나 동북아 기동군으로 보다 융통성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