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 - 연례안보협의회, 확장된 억제력

2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에서 열린 제38차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양국이 균열·갈등상을 보인 부분은 크게 공동성명에 포함될 핵우산 제공 표현과 핵우산 제공을 구체화하는 군사적 조치와 관련된 부분이다. 한국측은 보다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핵우산 제공 표현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키길 강력히 희망했으나 미국측은 “예년 수준과 다를 바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진전된 핵우산 표현 심각한 이견

20일 오후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몇차례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연출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이번 SCM에서 예년에 비해 진전된 핵우산을 보장하는 표현이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힌 것을 토대로 기자가 질문하자 럼즈펠드 장관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표현된다”고 답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한국측이 구체화를 요구했는데 왜 예년수준으로 표현되느냐”는 질문에 “그 같은 변화를 위한 어떤 제안을 들었다는 기억이 없다. (기존과) 다른 언어 표현을 보지 못했다”며 통역과 취재진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윤 장관이 끼어들어 “오늘 SCM과 이틀 전 열린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핵우산에 대해 여러 얘기를 나눴기 때문에 공동성명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예년보다 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진화(鎭火)에 나섰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이에 장단을 맞춰주지 않고 윤 장관을 쳐다보고 웃으며 “oh, real ly?”(오, 정말)라며 알고도 그런 표현을 쓴 것인지 정말 몰랐는지 명확지 않은, 묘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윤 장관은 “오늘 아침에 너무 많은 토픽을 다뤄 럼즈펠드 장관과 제가 혼란스러운 것 같다”며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브리핑을 통해 한국측의 진전된 핵우산 표현 요구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공동성명이 현재 나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측이 공동성명에 또 다른 토픽을 부과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간 이견은 우리측이 미측으로부터 보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핵우산을 보장받기 위해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나 위협을 미국에 대한 공격이나 위협으로 간주해 핵우산을 제공한다’는 표현을 공동성명에 넣자고 제시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측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정신 아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호방위조약과 핵우산을 함께 언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핵우산 문제는 공동성명에 ‘확장된 억제력(extended deterrence)’이라는 표현을 추가하고 핵우산 대상이 북한이라는 것을 명백히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각에선 지난해 SCM 공동성명에서 핵우산 부분을 삭제하자고 했던 한국측이 1년 만에 더 강한 표현을 써달라고 매달리자 미측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핵우산 구체화 전략 지시 전면부인

지난 18일 열린 한미 군사위원회(MCM)에서 양국 합참의장이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에게 핵우산 구체화 방안을 마련토록 ‘전략지침’을 하달했다는 우리측의 발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브리핑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고 우리 군 관계자도 미측의 지적이 사실임을 인정함으로써 드러난 것이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벨 사령관이) 핵전략에 대해 계획을 짜거나 그런 종류의 일을 한다고 나와 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는 안기석 합참 전략기획부장(해군소장)이 MCM 결과 브리핑을 통해 “한미가 이날 회의에서 벨 사령관에게 핵우산 구현 방안을 마련하는 전략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부인으로 파장이 일자 안 부장은 20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공식 해명에 나서 “전략지침이 없었다는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은 맞다”며 “앞으로 전략지침으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부장이 단순히 브리핑을 잘못한 것인지, 회담 성과를 부풀리려다 미측에 제동이 걸린 것인지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키워드 ´확장된 억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은 한국이 제3국(북한 등)으로부터 핵 공격을 받았을 경우, 미국이 자국의 핵무기로 보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된 억제는 보복용 핵무기에 전술 핵무기뿐만 아니라 전략 핵무기도 포함된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나라에 전략핵무기까지 포함된 핵우산을 제공할지는 명확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