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외출하는 안대희 중수부장./ 주완중기자 관련 핫이슈 대선자금 전면수사

안대희 중수부장이 21일 출근길에서 이른바 ‘출구조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초 대선 당시 중앙당에서 1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지구당을 상대로 유용 여부 조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가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후 유보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이날 안 중수부장의 발언은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정에 대한 법원의 ‘추징 불가’ 판결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씨와 김영일·최돈웅 의원을 상대로 구형된 600억원의 추징금에 대해 법원은 지난 20일 “정당에 전달된 자금은 정치자금법상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법원은 모금이 아닌 불법자금을 직접 쓴 당사자에 대해서만 추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안 중수부장이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추징을 위한 출구조사를 고심 중”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로 출구조사를 전면적으로 벌일지는 미지수다. 우선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밝힌 대로 1억원 이상을 받은 지구당을 수사한다면, 한나라당의 경우 열세지역으로 분류된 광주·호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지구당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 기준이 시·도 지부에도 적용되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모든 시·도 지부가 수사대상이다. 대규모 소환 조사에다 자금추적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종착점으로 접어드는 현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법리적으로도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다. 불법자금인 줄 알면서도 받아 선거자금으로 썼거나 유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자금세탁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개별 케이스마다 그렇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사 대상이 될 지구당 위원장 중에는 이번 총선 당선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의 거센 저항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만약 대선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뒤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다면 의원직을 잃는 당선자들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자금 유용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된 한나라당 당선자 2명 이외의 경우까지 수사를 더 확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야당죽이기”라며 전국적인 차원에서 ‘야당말살 저지 투쟁’을 벌이기로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에만 치우쳤던 대선자금 편파수사에 이어 출구조사까지 밀고 간다는 것은 공정한 수사가 아니다”라며 “여당에 대한 철저한 수사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823억원대 113억원이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입구조사를 해놓고, 이제 와서 출구를 뒤지겠다는 것은 승리한 권력에게만 면죄부를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안 중수부장의 발언을 실행 가능성과 무관한, 원론적인 언급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실제 안 중수부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발언을 수정해 “고심 중이라고 했을 뿐 수사착수를 결정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에는 발언의 강도(强度)가 높은 게 아니라는 설명도 했다. 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당사 등을 매각해 국민에게 돌려 주겠다고 했으니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한번 기다려 보자”고 ‘정치적 해결’을 기대하는 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