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희 중수부장 관련 핫이슈 대선자금 전면수사

안대희 중수부장이 21일 출근길에서 이른바 ‘대선자금 사용처조사’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밤 한나라당 엄호성 이재창 의원 등 두 사람의 야당 당선자를 소환하겠다는 방침이 확인되면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당 당선자들을 이미 지난 대선 자금 문제로 사법처리해 의원직을 박탈시키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연말 1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지구당을 상대로 유용 여부 조사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가 한나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후 유보적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은 내부 고발이 들어왔다는 것을 전제로 두 야당의원의 소환조사 방침을 확인, 총선 후 정국에 파장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안 중수부장의 발언은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 대한 법원의 ‘추징 불가’ 판결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씨와 김영일·최돈웅 의원을 상대로 구형된 600억원의 추징금에 대해 법원은 지난 20일 “정당에 전달된 자금은 정치자금법상 추징이 불가능하다”고 판결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법원은 모금이 아닌 불법자금을 직접 쓴 당사자에 대해서만 추징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안 중수부장이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추징을 위한 출구조사를 고심 중”이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엄호성 의원 등에 대한 소환조사에 이어 대선자금 사용처 조사를 전면 확대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현실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밝힌 대로 1억원 이상을 받은 지구당을 수사한다면 한나라당의 경우 열세지역으로 분류된 광주·호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의 지구당이 수사를 받아야 한다. 그 기준이 시·도지부에도 적용되면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시·도 지부도 수사 대상이 된다.

법리적으로도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다. 불법자금인 줄 알면서도 받아 선거자금으로 썼거나 유용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자금세탁방지법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데 개별 케이스마다 그렇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검찰이 당선자를 소환하려는 것은 당을 공중분해하려는 의도”라며 전국적인 차원의 대여(對與)투쟁을 언급하고 있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현 정권이 몰고 가고 있다”며 “선거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한 야당을 철저하게 죽이기 위해 철저히 기획된 수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자금 수사를 놓고 ‘700억원대0’이라는 말이 있었듯이 야당에만 치우쳤던 대선자금 편파수사에 이어 출구조사까지 밀고 간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여당에 대한 수사부터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소환과 관련,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며 “경선 상대방 고발로만 이런 식으로 수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