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핫이슈 대선자금 전면수사

검찰은 지난해 11월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하자마자 전국 각 검찰청에서 내로라하는 ‘용장(勇將)’들을 뽑아왔다. 남기춘 중수1과장과 유재만 중수2과장 등 기존 인력 외에 지난해 SK비자금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원주지청장을 긴급 투입했다. 그 결과 20여명의 검사와 80여명의 수사관으로 수사진이 구성됐다. 이는 지난 95년 15명의 검사가 투입됐던 ‘12·12, 5·18수사’ 때의 규모를 압도한다. 또 본격수사 기간만 120일을 넘게 진행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매머드급’ 수사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항상 매끄럽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기업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은 고육지책으로 언론을 통해 ‘자수·자복’한 기업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고 수사협조를 요청해야 했다. 또 4대그룹의 불법자금 중 노 캠프 측은 한 푼도 밝혀내지 못해 야당이 제기해 열린 불법 대선자금 청문회에서는 안대희 중수부장이 총장의 간부소개 직후 곧바로 청문회 자리를 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1월 말 한화에서 10억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을 소환조사했을 때는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에 대해 ‘원격 압박’ 작전을 폈다. 서 의원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저녁 늦게 김 회장으로부터 팩스로 ‘서 의원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자술서를 받아낸 것이다. 서 의원은 이런 과정을 통해 구속됐다. 검찰은 또 중간수사 결과 발표 하루 전날인 지난 7일 밤에야 안희정씨로부터 ‘삼성 돈 30억원을 받았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발표 전날까지 이 과정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듯 검찰은 수사발표를 1주일 연기할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이번 수사는 각종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100억원대 현금을 트럭째 전달받은 것으로 드러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고, 송광수 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은 인터넷 팬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송짱’, ‘안짱’으로 불리는 등 연애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또 현역 국회의원 14명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갑신옥사(甲申獄事)’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안 중수부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정치권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다가왔고 한편으로는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다. 안 중수부장은 수사 초기 “불법자금으로 외국에 빌딩 산 정치인이 있다”는 발언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곧바로 “소문이지”라며 한발 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