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본토나 마찬가지인 괌이 동북아의 군사 중추기지로 바뀐다. 괌은 북위 l3도27분, 동경 144도47분에 위치한 서태평양 마리아나 제도에서 가장 큰 섬이다. 길이 48㎞, 폭 6~14㎞, 면적 549㎢, 인구 16만명으로 주도(主都)는 아가냐이다. 이 섬에서는 요즘 미군의 기지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괌은 그동안 신혼 여행지 등 관광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앞으로 군사요충지로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 B-2 폭격기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정비를 받고 있다.

1898년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이 자국의 영토로 삼은 괌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는 물론 대만해협과 동남아까지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있다. 또 전폭기에 무기와 연료를 다시 공급할 수 있는 보급기지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전 태평양군 사령관인 토머스 파고 제독은 “괌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전력투사중추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해ㆍ공군력이 대폭 증강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이 마련한 ‘괌 병력 강화 계획안’에 따르면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해병대 8000명을 포함, 앞으로 현재의 3배가 넘는 2만1000명의 병력이 괌에 최종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안은 괌이 전략적 요충지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군 4560명의 추가파병과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7대, 공중 급유기 12대 상주도 포함되어 있다. 이 계획안은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 고조되는 동북아 지역의 안보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일본 교도통신 2006년 10월 3일자 보도)

특히 글로벌 호크기의 상주 배치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지상 20㎞ 상공에서 35시간 활동하며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장비 등을 이용해 지상 30㎝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전략무기로 작전반경이 5500㎞에 달한다. 미 공군 태평양사령부 산하 제36비행단의 마이클 보에라 단장은 “글로벌 호크가 내년 4월에 처음으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될 것”이라면서 “이번 글로벌 호크 배치는 2009년이나 2010년께 글로벌 호크 7대를 괌에 영구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준비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북한의 핵실험 강행 및 추가 핵실험 가능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또 최신예 전폭기 48대를 앤더슨 공군기지로 이전했으며 이미 공격용 잠수함 3척을 배치한 데 이어 2척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은 괌의 기지 강화에 앞으로 10년간 10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미국이 괌을 군사 허브로 만들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자국 영토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2년 필리핀의 수빅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에서 철수했던 ‘악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군사요충지였던 필리핀의 두 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한 것은 당시 필리핀 정부가 더 이상 미군의 주둔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괌은 미국 영토이고 다른 국가처럼 이동과 주둔에 허가가 필요 없다는 점에서 군사 허브로 삼기에 적절한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태평양의 전투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한국, 일본, 알래스카, 하와이 등에서 해병대를 포함한 지상병력이 이라크로 이전 배치됨에 따라 북한과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려면 전폭기와 함정 등 해ㆍ공군력이 이 지역에 집중 재배치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또 괌은 아시아와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이기 때문에 이동거리에 따른 시간을 단축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다. 미군이 해외주둔 병력 재배치(GPR)를 추진하면서 목표로 내세운 가장 중요한 조건이 신속성이라고 볼 때 괌은 최상의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괌에서 북한까지는 직선거리로 4000㎞. 항속거리가 5000마일(8000㎞)인 B-2 스텔스 폭격기가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 약 4시간이면 북한 상공에 도달할 수 있다.

괌에는 현재 태평양전쟁 당시 도쿄(東京) 공습의 주역인 B-29기가 발진했던 앤더슨 공군기지, 아프라 해군기지, 마리아나 해군기지, 헬리콥터 전투지원 전대 및 해군 컴퓨터 통신센터 등이 있다. 특히 앤더슨 공군기지는 오키나와의 가네나 공군기지보다 훨씬 지리적으로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5000m의 긴 활주로와 예비용 활주로 2개가 있다. 미국은 앤더슨 공군기지에 장거리 공대지 크루즈 미사일을 대량 비축하고 있다.

괌은 또 미국 잠수함대의 중요한 거점으로 변하고 있다. 현재 제 15잠수함 전대는 작전 반경을 남중국해, 동중국해, 동해 등으로 삼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2척을 배치했으며 구형 트라이던트급 잠수함도 토마호크 미사일 154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괌에 배치할 경우 전투 능력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괌에 기항 중인 미 항공모함 키티호크호.(왼쪽) 로스앤젤레스급 핵잠수함 제퍼슨 시티호가 괌의 아프라항에 들어가고 있다.(오른쪽)

미국이 괌에 군사 허브를 구축하려는 궁극적 목표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한다면 이를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괌에서의 군사력 증강은 필요하다. 또 대만해협은 미국 서부 해안과 동북아, 일본 열도, 중동을 잇는 해상 교통로의 요충지이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봉쇄한다면 미국과 일본 등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또 대만이 흡수통일된다면 중국 해군은 태평양을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 미국의 태평양 함대는 대만의 고성능 레이더 기지 등을 통해 중국 함정과 잠수함 등의 동태를 샅샅이 체크해 왔다. 또 중국의 남중국해 진출 시도를 견제할 수도 있다. 남중국해는 자원의 보고인 데다 해상 교통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 의회조사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시 박사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괌에 주둔한 미군의 전력이 상당히 증강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국립대학 전략정책연구소의 휴 화이트 소장도 “괌의 해ㆍ공군력 증강은 미군의 아시아 지역 전력 재배치의 일환이며 이는 중국이나 북한의 급변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괌에 전력이 많이 배치될수록 일본이나 한국 내의 미군기지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최근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기 등이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이륙, 호주 북부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정밀 조준 폭격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폭격기들은 공중급유를 받으며 장거리를 이동하는 훈련도 함께 실시했다. 미군의 이런 훈련은 한반도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괌은 앞으로 동북아는 물론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을 추진할 보루(堡壘)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