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핫이슈 2004 미국의 선택

지난 5일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마샬 대학에는 바퀴가 18개 달린 대형 트럭이 등장했다. 트럭 이름은 ‘등록 마차’라는 단어의 약어인 ‘레지(Reggie)’. 공화당이 신규 당원 등록을 받기 위해 미 동남부 일대에 긴급 투입한 특수차량이다. 공화당은 당원 300만 배가(倍加) 운동에 이 트럭이 톡톡히 한 몫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저녁 워싱턴의 한 술집엔 ‘RedefeatBush(부시 다시꺾기).com’ 이라는 민주당 계열 단체 회원 95명이 모였다. 이들은 한 손엔 맥주, 다른 손엔 휴대폰을 들었다. “존 케리 상원의원을 지지해 주세요. 민주당원으로 꼭 등록하세요.” 이들이 이날 저녁 통화한 사람들은 올 대선에서 접전지역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 주의 루제른 카운티(군)에 사는 주민들이었다. 이 단체 회원들은 다음주까지 그곳 주민 1만명에게 전화를 걸 예정이다.

부시와 케리 캠프의 공통된 진단은 이번 선거가 박빙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략 40대40으로 팽팽히 나뉜 공화·민주 당원의 결속력이 사상 최고조로 높기 때문에, 누가 신규 당원을 더 끌어모으느냐, 누가 지지자들을 투표장에 더 많이 끌고 가느냐에 의해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양당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고전적인 ‘지상전’과 ‘백병전’에 당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부시…액정달린 차량 동원 당원 300만 배가운동

케리…핸드폰으로 맨투맨접촉 민주당원 늘리기 주력

그렇다고 ‘공중전’이 뜨겁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부시 진영은 지난 4일부터 경합지역 17개 주의 TV와 케이블 방송에 4종의 광고를 파상적으로 내보냈다. 이 광고의 메시지는 ‘변화의 시기에는 한결같은 지도력이 중요한데, 부시가 그 적임자’라는 것이다. 부시 진영은 올 8월까지 광고비만 6000만달러를 책정해놓고 있다. 부시 자신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부시는 뉴햄프셔, 사우스 캐롤라이나, 미주리, 캘리포니아 등에서 민주당 경선이 열린 곳에 대해선 며칠 뒤 꼭 각종 명목으로 그 지역을 방문, 민주당의 열기를 희석시켰다.

케리는 우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재정비하는 등 당의 단합을 다진 뒤, 7월 말 전당대회 직전 부통령 후보 지명을 통해 지지기반 확대를 노릴 계획이다. 케리의 러닝메이트는 남부 출신 인사가 유력시되고 있다. 케리 진영은 고어가 2000년 선거에서 완패한 남부지역에서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웨스트버지니아 등만 건지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부시와 케리 간의 공방도 벌써부터 불붙고 있다. 케리는 최근 “불행하게도 신뢰성 없이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줄 수 없다”면서 “조지 W 부시는 국민들의 신뢰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도 “케리는 워싱턴에 상원의원으로 입성한 이후 모든 단일 이슈에 대해 왔다갔다 하는 입장을 취해왔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