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처음으로 중국의 굴기를 우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4일(현지 시각) 런던에서 창립 70주년 기념 정상회의를 마친 나토 회원 29국 정상들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역할 증대를 기회이자 도전으로 인식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밝혔다.

스톨텐베르그는 이날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상들은 중국의 부상이 동맹들의 안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며 "중국을 둘러싼 이슈를 나토가 처음으로 공식 회의에서 논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유럽과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해 새로운 현대식 무기를 최근에 선보이고 있다"며 "중국이 군비 통제 협정에 참가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정상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1949년 소련에 맞서기 위해 출범한 나토는 70년간 회원국들이 분포돼 있는 북미와 유럽의 안보 상황에 대해서만 거론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현실적으로 유럽과 북미에 걸쳐 폭넓게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게 됐다고 스톨텐베르그는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유럽에서 인프라 사업이나 사이버 공간의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북극까지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나토는 5G를 포함해 통신상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안전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내용도 공동선언문에 넣었다. 이것 역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그러나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스톨텐베르그는 3일 "중국의 도전을 균형 잡힌 방식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고 응답하려 할 뿐 새로운 적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벨기에 싱크탱크인 카네기유럽의 토마스 발라섹 선임연구위원은 "나토가 중국에 대한 정책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놓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며 "나토에 중국은 결국엔 러시아보다 더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