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남동부 소도시 베종라로멘(Vaison-La-Romaine)의 주교성당. 재불(在佛) 한국인 화가 김인중(79) 신부에게 프랑스 가톨릭계와 미술계 인사 및 시민 200여 명이 박수를 보냈다. 김 신부가 이 성당 유리창 곳곳에 작업한 스테인드글라스 19점을 공개하는 행사였다.

유럽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작가로 꼽히는 김 신부는 프랑스, 스위스, 아일랜드, 한국 등 세계 38곳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감과 함께 웅장하고 과감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프랑스 베종라로멘 주교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위 사진)을 만든 김인중(아래 사진 왼쪽) 신부와 후원자인 레오나르 지아나다씨.

베종라로멘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탄생하기까지 유럽에서 손꼽히는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가로 꼽히는 스위스 부호 레오나르 지아나다(82)씨의 역할이 컸다. 그는 베종라로멘 주교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작과 설치를 위해 13만유로(약 1억7000만원)를 쾌척했다. 지아나다씨는 2012년 스위스 남서부 시옹에서 열린 김 신부의 전시회를 우연히 본 뒤 화려한 작품에 반했다. 이듬해 마르티니의 한 교회에 설치할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김 신부에게 맡기는 등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아나다씨는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샤갈의 작품들과 견줄 만큼 많은 영감을 준다"고 했다.

김 신부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 교사로 일하다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가 주로 파리에서 활동해 왔다. 2010년 프랑스 정부가 주는 문화예술훈장인 '오피셰'를 받았고, 2016년엔 한국인으로는 처음 '아카데미 프랑스 가톨릭' 회원에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