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에 낮 최고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몰아쳐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위에서 달궈진 공기가 북상하는 것이 원인으로 분석돼 유럽 언론들은 "사하라발 지옥이 왔다"고 표현하고 있다.

26일(이하 현지 시각) 독일 기상 당국은 폴란드 접경지대인 동부 코셴 지역의 이날 오후 기온이 38.6도를 기록해 1947년 측정된 독일의 역대 6월 최고기온 기록(38.5도)을 72년 만에 갈아치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폴란드(38.2도)와 체코(38.9도)도 나란히 역대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새로 썼다.

프랑스 기상학자 루벤 할랄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프랑스의 27일 기온 예측도(왼쪽). 그는 같은 기온대를 선으로 이으면 마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오른쪽)와 닮았다고 했다. 프랑스 기상청이 28일 일부 도시의 기온이 4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하는 등, 유럽 각지가 때아닌 폭염에 절규하고 있다.

프랑스 기상청은 28일 남부 도시 님의 기온이 45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했다. 프랑스에서 역대 6월 최고기온이 2003년의 41.5도인데, 그보다 4도 가까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프랑스 기상청은 지난 24일부터 폭염 경보를 발효 중이다. 스페인 기상청도 남부나 북동부 내륙지방에서 27~28일 낮 최고 기온이 42도에 이를 수 있다고 예보했다. 위도가 높아 여름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인 북유럽의 스웨덴·덴마크도 이달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이상 고온을 겪고 있다.

폭염 때문에 독일 작센안할트주는 아우토반(고속도로) 최고 속도를 시속 120㎞로 제한했다. 원래 속도 제한이 없지만 자동차가 너무 빨리 달리면 무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가 녹아내려 도로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속도 제한을 걸었다. 독일 북부 발트해 인접 지역에서는 기찻길 선로가 휘었다. 폴란드에선 이달에만 90명이 호수와 강 등에서 더위를 피하려다 익사했다.

2003년 폭염으로 1만5000여 명이 사망했던 프랑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27~28일 전국적으로 치를 예정이었던 중학교 졸업 시험을 7월 초로 연기했다. 파리 남쪽 에손주에서는 50여 곳의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이탈리아에서는 일사병 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군의관들이 일반 병원에 배치됐다.

기상 전문가들은 낮 기온이 48도에 달하는 사하라 사막 상공에서 달궈진 거대한 공기 덩어리가 제트기류(지상 1만m 안팎의 높이에서 수평으로 부는 공기 흐름)를 타고 북상해서 유럽에서 넓게 퍼지는 것이 이번 폭염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무더위가 얼른 물러가지 않고 7~8월 내내 유럽인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6월 들어 최고 50.8도(북부 라자스탄주 추루)까지 올라가는 무더위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북부 비하르주에서만 폭염으로 최소 184명이 숨졌다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인도 전역에서 수백 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인도 언론은 무더위와 극심한 가뭄 때문에 전국적으로 식수 부족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