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러시아 주변 동유럽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끌어당기는 동진(東進) 정책을 계속하면서 러시아와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장 옛 소련 연방 소속이던 조지아(러시아어로 그루지야)의 나토 가입 추진에 대해 러시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흑해 연안에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인 조지아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다. 조지아는 2008년 러시아 침공을 받아 남오세티야 등 일부 지역을 사실상 러시아 통치를 받는 지역으로 빼앗긴 이후 방위력 강화 차원에서 나토 가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조지아 대통령에게 "조지아가 (나토) 가입을 준비하도록 돕겠다"고 했었다.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하면 현재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동쪽에 있는 터키를 뛰어넘어 러시아 방향으로 가장 깊숙이 들어가 있는 회원국이 된다.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조지아의 나토 가입은 심각한 분쟁의 방아쇠를 당겨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나토는 냉전(冷戰) 종식 이후 옛 소련의 영향을 받던 동유럽 국가들을 대거 회원국으로 받아들여 러시아를 포위하듯 동쪽으로 세력을 확장해왔다.

1999년 체코·폴란드·헝가리가 나토에 가입했고, 2004년에는 불가리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가 나토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2009년 알바니아·크로아티아가 회원국이 됐고, 지난해 몬테네그로가 29번째 회원국이 됐다.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싶은 동유럽 국가들과 러시아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려는 나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나토는 현재 조지아 외에도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이다.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들이 나토에 가입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했다.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을 줄여 보복을 가했다. 지난해 몬테네그로가 나토에 가입했을 때는 몬테네그로의 주요 수출품인 와인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